대낮부터 고양이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귀여운 야옹소리가 아니라, 숫제 비명이다.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한, 발정기 때 짝을 찾아 짖어대는 신음 소리. 밤에 들으면 섬뜩하고 음산할 때도 있지만, 한낮에 들으니 기분이 묘하다. 만물이 빛 아래 반짝이는데 혼자만의 어둠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어딘가로 질주하는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 마리가 우는 것 같지만, 가만 귀 기울여 보면 멀티 서라운드다. 어느 한 편의 갈망이 대기를 갈라 사방으로 메아리를 울리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한 편이 기별 듣고 달려오기라도 하는 걸까. 기별을 받았으되, 이 편으로 건너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애달프고 슬플까. 연인의 창가에서 목 놓아 세레나데를 부르는데 그 연인이 귀머거리나 영원히 부재중이라면 또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그래서 다소 거슬리기도, 심란하기도 하지만 고양이의 소리를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고이 들어주기로 한다. 해는 화창하지만, 공기는 차다. 고양이 울음이 유리잔에 쇠붙이가 부딪는 소리처럼 여겨지는 것도 그 탓일 거다. 새되되 투명하고, 날카롭되 수세적이다. 그걸 듣는 마음도 더불어 짱짱하게 언다. 얼어 차가워지는 만큼 뭔가 선명해지고, 문득 혈관에서 피 흐르는 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것도 같다. 애가 탄 갈망이든 후련한 해갈이든, 고양이나 사람이나 어쨌든 우린 모두 지구 생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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