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런데 기억을 쫓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게 이상하다. 대체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배우 정우성(43)은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7일 개봉)에서 유명 로펌의 변호사였지만 우연한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은 석원으로 등장한다. 스마트폰 사용법도 모르고 친구며 직장 동료 등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그를 보고 눈물을 보이는 여자 진영(김하늘)을 만나 연인이 된다. 두 사람의 진한 감성 멜로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심지어 정우성은 이 영화에서 배우 겸 제작자로 나섰다. 동명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이윤정 감독을 위해 직접 제작사 W를 차리고 제작자로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정우성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스크립터로 활동했던 이 감독과 인연이 있다.
정우성은 “신인 감독들이 투자를 받기 힘든 환경에서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며 “영화를 꿈꾸는 후배들의 꿈을 위해 나서게 됐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작자로 참여했으니 영화의 반응에 예민할 것 같다
“그렇진 않다. 오히려 배우로서는 막연히 더 많은 분들께서 봐주셨으면 한다. 제작자로서는 첫 제작 작품이고 신인 감독이니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고 싶다. 여느 멜로 영화와 다른 색다른 개성 있는 장르다”
-가장의 기분 같은 것인가
“가장의 느낌이라기 보다 선배의 느낌이다. 이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내가 가장 선배이다 보니…. 오히려 내가 선배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부족한 면을 체크해주고 모자란 부분을 해주려고 하는 거다”
-워낙 분위기를 좋게 풀어주는 편이지 않나
“제작자 입장에서는 조금 엄격 하려고 노력했다. 그 엄격함이 강압적인 게 아니라 솔선수범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더 불편할 수도 있었겠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주로 라인 담당이었다. 일반인 등을 통제하는 라인을 지켰다. 넉넉지 않은 영화라서 인력구성이 풍요롭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했다. 사실 일반 제작자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소소한 일들이다. 값진 경험이었다”
-김하늘은 자신의 연기를 끝까지 지켜보는 모습에서 제작자 같았다고 하더라
“원래 내 촬영 부분이 끝나더라도 현장에 끝까지 남아서 지켜보는 버릇이 있다. 그건 나의 습관이다. 더군다나 제작을 책임지고 있으니 혹시 못 챙기는 게 있지 않나 지켜보게 됐다”
-단편영화였다가 장편이 됐는데
“이윤정 감독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스크립터였기에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의 습작 시나리오 보내온 적도 있고. 계속 연락하고 지내긴 했다. 그러던 중 이 감독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나를 잊지 말아요’를 찍었다고 했다. 시나리오에는 남자주인공이 W인데,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팬심도 들어가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찍어 놓은 단편에 나머지 분량을 찍어 덧붙여서 장편영화로 만든다고 하더라. 장편은 단편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온전한 영화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나서게 됐다”
-신인 감독들에 관심이 많은가
“이윤정 감독과 인연이 있어서 제작에 참여한 건 아니다. 대다수의 영화를 꿈꾸는 후배들이 용기를 못 내고 선배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다. 나 역시 꿈을 먹고 살았고 그게 얼마나 소중한 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헛된 꿈인가”
-윤종신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통편집 됐다고 하던데
“석원이가 기타 연주가 뛰어나진 않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어서 편집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고 아쉽지만 후련하기도 하다. 윤종신씨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갖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흔쾌히 곡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감사했다”
-김하늘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하늘이 4년 만에 스크린 복귀 작이고 같이 참여해준 여배우라서 고마움도 크다. 그녀가 진영이라는 캐릭터를 꽤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배우가 주연인 영화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 더 많은 관객들이 이번 영화를 봐줬으면 한다. 그래야 그녀가 더 보람이 있을 듯하다”
-감독 정우성의 모습은 언제 볼 수 있나
“조급함은 없다. 20대 말부터 감독에 대한 꿈이 있었고 빨리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관객들에게 배우 정우성을 더 어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슬슬 (감독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있다. 아이디어도 있고”
-40대임에도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다
“멜로라는 장르가 가장 어렵다. 연기도 그렇고. 그래도 40대에 그릴 수 있는 사랑의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멜로하기 좋은 나이가 40대가 아닌가 싶다. 40대에는 사랑에 대해서 약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 로맨틱코미디도 굉장히 여유 있고 위트 있게 가야 하기 때문에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장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폭넓고 깊이 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제 로맨틱코미디를 하면 잘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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