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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골목 공동체 같은 행복마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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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골목 공동체 같은 행복마을 만들고 싶어요

입력
2016.01.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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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연 금천구 독산4동장

5급 공무원 중 임명되는 관행 탈피

국내 첫 민간인 대상 공모로 선발

“4050 직장인, 회사 술자리 대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창구 필요

마을회관 같은 주민센터 어떤가요”

국내 최초 민간인 동장으로 임명된 황석연 금천구 독산4동장은 5일 주민센터 앞에서 "‘응팔’의 골목 공동체 같은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국내 최초 민간인 동장으로 임명된 황석연 금천구 독산4동장은 5일 주민센터 앞에서 "‘응팔’의 골목 공동체 같은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독산4동은 강남구나 서초구와 비교하지 않고 스위스의 체르마트, 미국의 로체스터처럼 작지만 행복한 마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금천 사람이어서 참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금천만의 브랜드 ‘금천스타일’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내 최초 비공무원 출신 동장으로 임명돼 4일 첫 근무를 시작한 황석연 서울 금천구 독산4동장은 5일 독산4동 주민센터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첫 민간인 동장으로 주민센터에 변화를 주고 그게 전국의 다른 동에 긍정적인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동장은 9급이나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0~30년 근무해야 올라갈 수 있는 자리다. 5급 공무원 가운데서 임명되는 게 관행인데 금천구가 행정 위주에서 탈피해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를 만들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해 황씨를 선발했다.

10년 넘게 금천구에서 살고 있는 황 동장은 “나이 드니 살고 있는 마을로 돌아와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임기 2년간 주민센터를 이끌며 성공과 실패, 변화의 구체적 사례를 일기 쓰듯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행정과 기록을 연결한 건 그의 이력과 관계가 있다. 사범대학을 졸업해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한겨레, 아시아경제 등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기자로 일했다. 황 동장은 “기자로서 남길 수 있는 기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접 동장으로 일하며 글을 남기면 주민센터가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100년의 방향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황 동장의 이력은 종이 한 장으로 부족할 정도로 길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사이 몇 년간 교육 사업에 참여한 적도 있고 서울시 교육청 방과후학교 민간서비스지원단 부단장을 맡는 등 교육청, 교육지원청 관련 일도 했다. 기자를 그만둔 뒤에는 은사였던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선거 캠프에서도 일했다. 2014년부터는 서울혁신파크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아 도시 재생과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왔다.

황 동장은 이날 오전 박원순 시장에게서 직접 전화를 받아 “공무원이 가까이 하기엔 먼 느낌이 있는데 주민들에게 가깝고 친밀한 주민센터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들었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주민센터는 영화 ‘셸 위 댄스’의 댄스교습소 같은 공간이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40대 샐러리맨이 삶의 활력을 되찾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요샌 20년을 같은 곳에 살아도 동네 사람들을 모른다고 하잖아요. 미국 하버드대가 펴낸 ‘행복의 조건’을 보면 40, 50대에 친구가 많은 사람들이 노년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40, 50대 직장인이 회사 동료들과 술 마시는 게 아니라 마을에서 같은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2만여 주민이 사는 독산4동은 아파트보다 다세대 주택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다. 금천구 집값은 서울 최저다. 하지만 황 동장은 땅값, 집값보다 화기애애한 마을 분위기 조성에, 주민의 사회적 지위보다 공동체적 공감을 키우는 데 더 마음을 둔다. 그가 구상 중인 사업도 하나같이 큰 예산 들이지 않고 아이디어로 마을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버스 정류장에 장승이나 솟대를 세우고 평상을 설치해 시골 정류장처럼 만들기, 초등학교와 연계해 ‘소원 들어주기 대회’ 열기, 독거 할머니와 주부, 아이들이 주민센터에서 만나 보육과 요리 등을 함께 하며 작은 공동체 이루기, 집집마다 안 보는 책을 모아 조촐한 서가 꾸미기 등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골목 공동체 같은 마을이다. 그는 “주민센터가 마을회관 같은 공간이 되고 나와 직원들은 간사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첫날 근무 소감을 물으니 “결재할 서류가 많아 행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했다. 앞으로 동장의 권한을 행정 경험이 많은 부문별 팀장과 주무관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요즘 잠이 잘 안 옵니다.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되고요. 직원들이 부가가치 높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존경 받게 만들고 싶어요. 다른 주민센터들이 좋은 사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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