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본무 회장은 4일 신년사에서 "위기극복과 지속성장을 위해 근본적이고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회장은 사업 구조 고도화, 사업 방식의 혁신, 철저한 실행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 등 세 가지 전략방향을 제시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LG 내 브레인으로 알려진 셋째 동생 구본준(65) LG전자 부회장에 신사업 추진단장 자리를 맡겼다. 신사업 추진단은 LG그룹 체질을 B2C에서 B2B로 바꿔 나가고 있는 중이다. 구 부회장이 공 들이는 B2B분야는 자동차 부품사업과 에너지솔루션 사업이다. 미래 LG를 먹여 살릴 산업이라는 평가다.
●자동차 부품사업
LG의 미래 먹거리 핵심사업은 자동차 부품 사업이다. 그 동안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다. LG는 200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자동차부품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한 발 빠른 투자로 시장을 선점해왔다.
LG전자 VC(자동차부품) 사업본부와 LG화학 배터리사업본부 등 B2B 관련 조직이 인력 이동 및 수혈을 하며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 조직도 B2B에 초점을 맞춰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LG전자에서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는 기존 5대5 정도였던 기업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담당 인력 비율을(8대2) 획기적으로 바꿨다.
LG전자는 2013년 7월 LG CNS의 자회사 V-ENS를 합병해 VC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또 자동차 부품 사업의 핵심 R&D기지 역할을 담당할 LG전자 인천 캠퍼스를 준공해 본격 가동했다. 지난 10월에는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와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해 무인 주행자동차의 핵심부푼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개발에 협력하고 있으며 구글의 무인주행자동차에 배터리팩을 공급하는 등 구글의 글로벌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유럽, 미국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에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계기판 등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소재ㆍ부품분야 핵심 기술을 융합해 차량 전장부품 라인업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차량용 모터와 센서, 차량용 카메라모듈, 차량용 무선통신모듈, LED,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전력변환 모듈 등 보유하고 있는 제품군이 20여종에 이른다.
●전기차 배터리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포드·유럽의 다임러·아우디·르노·볼보·중국의 상해기차·장성기차·체리자동차 등 20여 곳에 이르는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지난 10월 중국 남경에는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 5만 대 이상,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준으로는 18만 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이미 1위지만 압도적인 1위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포석이다. 올해 가속페달을 더 밟는 이유다.
● 에너지솔루션
파리 기후협정이 최근 타결되면서 LG는 더욱 주목받는 기업이 됐다. LG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저장-사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환경은 LG의 에너지솔루션을 더욱 강화시킬 전망이다. 이미 LG는 지난 10월 제주도, 한국전력과 함께 2030년까지 제주를 '탄소 배출 없는 청정 섬'으로 만들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LG는 '글로벌 에코 플렛폼 제주'를 바탕으로 제주도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에너지신산업 모델로 만들 계획이다.
LG는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사용을 돕는 '완결형 밸류 체인(Value Chain)'을 갖춘 상태다. LG전자의 태양광 모듈이 전기를 생산하고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전기를 저장하고, LG CNS의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식이다.
그동안 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사업재편으로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왔기에 경쟁자들에 비해 한 발 이상 앞서 있다.
에너지솔루션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태양광 모듈과 ESS기술이다.
LG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 분야의 투자 규모도 대폭 늘렸다. 지난해 구미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에 1,600억원을 투자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LG전자는 태양광 모듈 신제품 '네온 2'를 지난 11월 국내에 출시했다. 네온2는 6형대(15.67cm) N타입 60셀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인 19.5%의 모듈 효율과 320W 출력을 구현한 초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이다. 지난 6월 '인터솔라EU'가 태양에너지 관련 가장 혁신적인 제품에 수여하는 '인터솔라 어워드(Intersolar Award)' 태양광부문 본상에 뽑혔다.
ESS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네비건트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ESS 배터리제조사 국제 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3년에도 세계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LG화학은 최근 세계 1위 ESS 기업인 AES Energy Storage와 ESS 분야 사상 최초로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LG화학은 AES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구축하는 전력망용 ESS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먼저 1GWh급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한 상황이다.
1GWh는약 10만 가구(4인 기준) 이상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를 전기차로 환산하면 신형 볼트(Volt) 기준 약 5만대 이상, 스마트폰의 경우 약 9,000만대 이상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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