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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무한경쟁 시대… 자산관리가 승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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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무한경쟁 시대… 자산관리가 승패 가른다

입력
2016.01.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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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형 복합점포 시행으로

은행 보험 증권 경계 사라져

만능통장 도입으로 상품간 장벽

계좌이동제로 고객 칸막이 제거

사활 건 고객 쟁탈전 막 올라

금융사 자문, 운용능력 중요해져

은행들, 고액자산가 전유물이던

자산관리 서비스 대중화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NH농협금융은 지난해 1월부터 전국 5곳에 차례로 복합점포 문을 열었다. ‘은행+증권’ ‘은행+증권+보험’ 형태로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 지 1년. 복합점포는 ‘1+1=3’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5개 점포의 실적(11월말 기준)을 보면, 복합점포 개점 전과 비교해 평균 7개월 정도 기간에 총자산이 10조원 가까이(9조4,937억원) 불어났고, 금융자산이 1억원이 넘는 부유층 고객 수도 1,812명이 늘었다. 은행은 증권 고객을, 증권은 은행 고객을, 또 보험은 은행과 증권 고객을 흡수한 결과다. 농협금융은 올해 복합점포를 최소 5개 이상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 높게 쳐져 있던 칸막이들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있다. 업종별 칸막이는 물론 상품과 고객 칸막이도 사라지는 추세다. 은행이 은행과만 경쟁하던 시대, 특정 상품끼리만 고객 쟁탈전을 벌이던 시대는 갔다. 은행, 보험, 증권이 뒤엉켜 싸워야 하고, 손 쉽게 상품을 갈아타려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치열한 ‘구애’도 해야 한다. 가만히 손을 놓고 있다가는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금융권 전반에 팽배할 수밖에 없다.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복합점포 시행은 금융산업 내 전통적인 경계를 무의미하게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10월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과 증권 점포가 공동출입문, 공동상담실을 사용하는 융합형 복합점포를 허용했다. 보험 복합점포도 금융지주사별로 3개까지 허용해 2년 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지원 아래 ‘업종 칸막이’가 사라진 복합점포는 현재 전국에 65개까지 늘어났다.

올해 3월 도입이 예정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상품 칸막이’를 허문 사례다. ISA는 계좌 하나에 예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상품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연간 2,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비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ISA 계좌에 편입되기 위해 예금과 펀드, 파생상품 등이 치열하게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금융권 칸막이 허물기는 보신주의에 찌든 금융권에 새 바람을 일으켜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고객 입장에서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금융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바뀌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치열해지는 고객 쟁탈전

누구나 클릭 한 번으로 자동이체 계좌를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는 은행권의 ‘고객 칸막이’까지 허물었다는 평가다. 번거로움 때문에 주거래은행을 좀처럼 바꾸지 못했던 고객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간 경쟁은 뜨겁다. 우리은행이 최근 ‘수수료 면제 무제한 이월제’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월에 다 누리지 못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다음 달 이후로 무제한 이월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으면서 고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금융결제원은 본격적인 은행 간 경쟁을 2월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부터는 은행 영업점과 인터넷뱅킹을 통해 기존 자동납부뿐 아니라 고객이 설정한 자동송금까지 조회ㆍ해지ㆍ변경할 수 있게 된다.

ISA를 둘러싼 계좌 전쟁도 예고된다. 업계는 ISA가 정착되면 ISA 계좌가 곧 주거래 금융회사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SA 계좌를 은행은 물론 증권과 보험사에서도 개설할 수 있는 만큼, 은행 영업점 직원이 인근 증권사와 보험사 직원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4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ISA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면서 관련 상품개발, 마케팅 등 시장 선점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KDB대우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줄줄이 대형 독립법인대리점(GA)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은행과 경쟁을 하기 위해 은행에 비해 얇은 영업망을 GA 판매 채널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자산관리 서비스가 성패 가를 듯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는 결국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 은행들이 최근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은 일제히 통상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이던 자산관리 서비스 대상 기준을 3,00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온라인 금융상담센터를 개설했고, KEB하나은행은 이달 중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ISA를 도입한 영국의 금융회사들은 이미 자산관리 역량을 자사의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이라는 금융사는 온라인으로 고객 성향에 맞는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고,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영국에서 별도의 자문료를 받고 ISA 내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투자자들이 하나의 금융상품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모아 놓은 포트폴리오에 묶어서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자문능력이나 운용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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