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사진) 대법원장이 시무식에서 ‘메마른 법률가가 되지 말라’고 판사들에게 주문했다. 양 대법원장은 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가진 시무식에서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메마른 법률가가 돼선 안 된다”며 “합리적 이성만큼 감정과 감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 국민 의식과 사회 변화를 감지할 세심한 감수성과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양 대법원장은 “갈등을 해소하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성숙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많은 대립관계가 격렬한 분쟁으로 이어져 법원 문턱을 넘어오고 있다”며 "실타래처럼 엉켜 극심하게 다투는 분쟁을 슬기롭게 해결, 사회통합과 평화를 이루는 것이 사법부에 부여된 새로운 책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국민은 사법부가 공정하면서도 엄정한 재판을 통해 평온한 일상과 행복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은 ‘분쟁의 1회 해결’을 위한 1심과 2심의 충실한 심리도 당부했다. 그는 “1심의 충실한 심리를 전제로 항소심 역할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항소심은 한 단계 사법적 판단을 거친 사건이란 점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1심 판단이 2심에서 다반사로 뒤집혀 사법 신뢰가 떨어지는 문제를 공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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