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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예방접종 안 하면 다른 아이 건강도 해쳐요

입력
2016.01.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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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구균에 의해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급성 감염병인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해 수막구균 백신을 아이에게 맞히고 있다. GSK 제공
수막구균에 의해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급성 감염병인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해 수막구균 백신을 아이에게 맞히고 있다. GSK 제공

일부서 무접종ㆍ자연 접종 유행

“백신이 자폐증 일으킨다” 소문

英 의사의 거짓 논문 탓에 퍼져

“어린이 면역력 얻는 유일 수단”

백신 꺼려 세계 年 150만명 숨져

정부도 접종률 높이기 나서야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의 예방 접종을 기피하는 ‘무접종’ ‘자연 접종’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한 의사가 논문을 조작해 ‘MMR(홍역ㆍ유행성이하선염ㆍ풍진)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거짓 주장을 편 탓이다. 게다가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C형 간염 집단 발병사태 등으로 병원 불신이 높아지면서 백신을 맞지 말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예방 접종 기피로 인해 홍역 환자가 늘어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전문의들은 “백신 덕분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이 27가지가 넘는다”며 “아이에게 필수 백신을 맞히지 않으면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그러나 “국내에서는 입학할 때 예방접종 증명이 필요하지만 접종을 강제할 근거가 없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신은 자폐증 유발”논문이 접종 거부 촉발

영국 대장외과 전문의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자폐증 어린이 12명에 대한 연구를 통해 ‘MMR(홍역ㆍ유행성이하선염ㆍ풍진)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1998년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게재했다. 웨이크필드 논문은 10여 년 뒤에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MMR 백신 제조사의 이권개입 여부를 둘러싸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발생한 홍역 집단감염은 미국의 낮은 백신접종률 때문이다. 홍역 집단감염이 14개 주로 확산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홍역 백신 주사를 맞지 않으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건강도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학교백신법을 강화해 백신접종을 의무화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얼마 전 ‘백신 기피에 대한 WHO의 권고’라는 보고서를 통해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맞을 수 있음에도 백신을 꺼리는 풍조로 인해 매년 150만 명의 어린이가 질병에 걸려 숨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필리페 듀클로스 박사는 “백신은 접종해야만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에 의한 사망을 막을 수 있다”며 “백신 기피증은 면역체계를 완성하려는 여러 국가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예방 접종 강제할 대책 마련 필요”

국내에서도 백신 정보를 알린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일부 민간단체 홈페이지에는 취학아동의 필수예방접종을 피하는 방법이 공유되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웨이크필드의 거짓 논문 때문이다. 일부에서 ‘예방률이 0%다’ ‘백신이 리베이트와 함께 제공된다’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도 펴기도 한다.

‘자연출산 가족모임’ ‘약 안 쓰고 우리 아이 키우기’ 등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접종지연 소견서를 써준다는 병원이나 예방 접종을 권유 받았을 때 대응하는 법 등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백신 예방 접종을 한 뒤 아이에게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긴 것 같아 백신을 맞히지 않고 있다’는 경험담을 올린 엄마도 있다. 심지어 ‘수두 파티’ ‘수두 분양’이라고 해서 수두 면역력을 길러주기 위해 일부러 수두에 걸린 어린이와 어울려 놀게 한다는 부모까지 생겨 날 정도다.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17종과 그에 대한 실시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접종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황희진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부 환자에게 백신 부작용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지 말자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지적 수준이나 경제력이 없는 18세 미만 어린이에게 부모라는 이유로 국가가 보장한 권리를 박탈할 자격이 있느냐”며 “인터넷상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라”고 했다.

김기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감염학회 홍보이사)는 “병원체에 취약한 어린이들에게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은 예방 접종이 유일하다”고 했다.

대다수 전문의들은 “예방 접종 효과를 최대로 높이려면 백신 접종률을 95% 이상 유지해야 사람과 사람간의 자연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주요 백신의 접종 시기>

<자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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