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김범수 전 아나운서는 지난달 초 재혼 소식을 밝힌 직후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10월까지 JTBC 가상결혼 예능 ‘님과 함께’에서 배우 안문숙과 가상부부로 호흡을 맞추다 하차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나온 발표였기 때문이다. 김 전 아나운서는 최근 한 예능에서 “녹화 당시엔 (현재 부인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들은 “실제 커플 같은 다정한 모습도 결국 돈벌이를 위한 쇼였다”며 허탈해했다.
가상결혼 예능이 잇따른 구설과 도 넘은 설정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자연히 시청률도 부진하다. 한때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으로 여겨졌던 가상결혼 프로그램이 한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2008년 첫 방송을 시작해 가상결혼 예능의 조상 격이라 할 수 있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현재 4%대 시청률로 지상파 3사 동시간 대 꼴찌로 전락했다. 시즌4까지 제작되며 명성을 이어가나 했지만 지난 몇 년간 ‘식상한 포맷에 억지 감동’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시청률 부진의 결정적인 요인은 역시 출연자들의 스캔들이다. 지난해 초 ‘우결’에서 하차한 배우 홍종현과 김소은은 출연 중 각자 다른 연예인과 열애설에 휩싸여 시청자들로부터 “진정성이 없다”는 원성을 샀다. 현재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과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이하 ‘남남북녀’)가 ‘우결’의 중년 버전과 통일 버전으로 명맥을 잇고 있지만 이마저 1~2%대의 시청률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남한의 노총각 연예인과 젊은 탈북 여성 간의 가상 결혼을 그린 ‘남남북녀’는 도 넘은 스킨십과 성적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야구선수 출신 방송인 양준혁이 탈북 여성 김은아에게 “내가 마흔은 넘었지만 너 하나 정도는 우습다” “너 임신한 것 아니냐”등의 수위 놓은 발언을 하자 시청자들은 “예능이 아니라 성인드라마 같다” “15세 관람가 맞나. 불쾌해서 리모콘을 돌렸다”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함을 가장한 환상이 오랜 기간 반복되다 보니 결국 한계가 온 것”이라며 “시청률을 위해 (‘남남북녀’처럼) 결국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부분들만 남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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