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수술 아닌 고도비만 환자 치료 인식 개선 절실
살빼기(다이어트)는 ‘새해 다짐’으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국내에 비만자들이 그만큼 많거니와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등 각종 만성질환의 뿌리라, 국민 건강을 위해 반길 만한 현상이다. 문제는 비만이 관리 가능한 단계를 넘어선 고도비만이다. 비만은 식이, 운동, 약물 요법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고도비만은 이런 방법만으론 효과를 보기 어려워 수술이라는 ‘극단적 카드’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비만율은 이미 심각한 수위다. 보건복지부의 제3차 국민건강증진계획ㆍ국민건강영양조사 등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2008년 35.3%에서 2013년 37.6%로 높아지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이고, 특히 6~18세 청소년의 10명 중 1명가량(11.5%)은 비만 상태다. 고도비만 및 초고도비만 비율의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건강보험공단이 2002∼2013년 건강검진 자료 1억여 건을 분석한 결과 고도비만은 2.5%에서 4.2%로, 초고도비만은 0.2%에서 0.5%로 각각 올랐다.
비만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 만성질환은 물론 각종 암의 위험률을 높이는 만병의 뿌리다. 특히 청소년기에 비만에 노출되면 성인이 돼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 대사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다. 안수민 한림대성심병원 당뇨수술고도비만수술센터장은 “청소년기에 비만에 노출되면 90%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며 “특히 저소득층에서 고도비만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 지수(BMI) 25~30은 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 35 이상은 초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고도비만, 개인의 힘으로 극복 힘들어
고도비만에 우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도비만은 지방세포 자체에 심각하면서도 구조적인 변성이 생겨난 상태로 이를 다시 정상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뇌 식욕중추를 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의지력만으론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고도비만이라는 ‘병적 상태’에 이르게 되면 수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고려한다. 안 교수는 고도비만에 대해 “식이, 운동, 약물 등 일반적인 체중감량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비만대사 수술이 현존하는 치료법 중 지속적인 효과가 있으면서도 안전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가 고도비만 수술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식이 조절이나 운동 등으로 치료가 어려운 병적 고도비만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제를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등과 논의 중이다. '베리아트릭 수술'로 불리는 고도비만 수술에는 ▦위밴드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등이 있다.
위밴드 수술, 다이어트 수술 전락 문제
고도비만 수술이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보편적인 시술로 자리잡는 데는 선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고도비만 수술의 정확한 적응증과 치료효과 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고도비만 수술인 위밴드 수술의 사례를 들여다 보자. 이 수술은 식도와 위과 만나는 위 상부를 실리콘 밴드(조절형 위밴드)로 묶어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도입 초기 개원가를 중심으로 수술이 남발되면서 고도비만 환자보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이어트 시술로 변질, 크고 작은 후유증을 불렀다.
고도비만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위밴드 수술을 하면 무조건 체중이 감소될 것이라는 믿음도 잘못이다.
고도비만 수술은 보통 식이, 운동, 약물 요법 등을 1년 이상 실시했는 데도 효과가 없거나 적을 경우에 고려해야 한다. 고도비만 환자들은 식이요법 등을 실시하더라도 ▦비만세포 크기 ▦지방축적 능력 변화 ▦내분비 기능변화(렙틴 저항성) ▦에너지 배출 능력 감소 등의 이유로 ‘요요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조민영 서울365mc병원 대표병원장은 “위밴드 수술을 하더라도 식이, 운동, 약물 요법 등을 통해 관리가 이뤄져야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제를 달았다. 수술을 하더라도 이전의 식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말짱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도비만 수술은 체질량 지수 30 이상이면서 비만과 관련한 동반질환을 갖고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한비만학회는 관계자는 “특히 당뇨환자의 경우 체지방이 많은 내장지방형이 다수를 이루고 있고, 유전적으로 인슐린 기능 낮고, 당뇨와 관련된 심혈관 합병증이 빨리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안수민 교수도 수술적 치료에 대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라며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안 교수는 그러면서 수술의 적응증과 관련, ‘체질량 지수 30~35이면서 당뇨, 고혈압, 심혈관 등 심각한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2007년 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 결과가 근거다. 미국에서 위 우회술을 받은 환자 7,925명과 대조군 7,925명을 비교한 연구한 결과, 위 우회술군에서 사망률이 40% 감소하고, 각종 질병 발생(심근경색 56%, 당뇨 92%, 암 60%)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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