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가끔 이상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소동을 피우는 걸 본 적은 없다. 시선에 초점이 없는 상태로 동네를 이리저리 배회하는 청년. 여름이든 겨울이든 초록색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채 작은 리어카에 쓸모없는 물건을 주워 담는 60대 여인. 다들 지쳐 보이고 깊은 상처를 간직한 듯 보이나 내막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나도 처음엔 무감했다. 그러다가 산책길에 맞닥뜨리는 그들의 눈빛을 어느 순간부터 예의주시했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그렇게 알게 됐다. 그들은 이 세상을 보고 있지 않았다. 어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똑같은 사람일 텐데, 저들은 왜 남다르게 아프고 남다르게 이탈한 듯 보이는가. 과연 집은 있을까. 시내 중심의 노숙자들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삶에의 의지를 놓았다기보다 애초에 통상적 삶이라는 것과는 무관한 사람들 같았다. 물론 태생부터 그랬을 리는 없을 거다. 한번은 청년의 뒤를 따라가 본 적 있다. 골목 구석구석을 천천히 떠돌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눈이 잠깐 마주쳤다. 나를 보고 있으나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어디 먼 곳을 향해 자기를 봐달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게 이상하게 아름다웠다. 그를 별종이라 여긴 내가 못난 사람 같아 낯이 붉어졌다. 문득, 예수도 행려병자처럼 보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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