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유가 느껴진다. 데뷔 20년차 여배우의 관록만은 아니다. 결혼을 앞둔 여자에게서 풍기는 안정감이랄까.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7일 개봉)의 개봉을 코 앞에 둔 배우 김하늘(38)은 경직된 긴장감을 애초에 털어낸 듯 보였다. 오히려 긴 공백기가 그녀를 단단하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 이후 3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고,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나기는 영화 ‘마이펫’(2011) 이후 4년 만이다.
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하늘은 “결혼을 앞두니 연기자로서 더 편안해진 것 같아요. 마음이 안정됐으니까요”라며 웃었다. 김하늘은 3월 한 살 연하의 사업가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조언을 좀 해달라”며 들뜬 신부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영화 얘기가 나오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갔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지난 10년의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석원(정우성)과 그와 10년 전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여자 진영(김하늘)의 감성 멜로 영화다. 영화 속에서 석원은 기억을 찾으려 애쓰고, 진영은 그 기억을 감추고 싶어한다. 두 사람 사이에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어서다. 하지만 그 사연은 밝힐 수 없다. 김하늘은 인터뷰 내내 “이건 쓰시면 안 돼요”라며 애교 섞인 요청을 하곤 했다. 마치 영화의 주인이나 된 것처럼.

“이번 작품은 여느 때와 달리 애정이 커요. 제 노하우가 많이 녹아 들었다고 할까요? 시나리오를 읽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새벽 3시에도 이윤정 감독에게 전화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원래 시나리오보다 바뀐 장면과 대사가 많아요.”
김하늘은 ‘멜로퀸’ ‘로코퀸’이라고 불릴 정도로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 분야의 ‘달인’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온에어’ ‘로망스’를 비롯해 영화 ‘동감’ ‘그녀를 믿지 마세요’ ‘6년째 열애중’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러니 ‘나를 잊지 말아요’의 감성은 남달랐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를 위해 눈물을 보이고, 류현진이나 김연아도 모르는 남자에게 조잘조잘 얘기해 주는 귀여운 모습도 보인다. 사랑에 있어서 변화무쌍한 감정을 드러내는 진영의 캐릭터가 “낯익으면서도 자신 있었다”고.

김하늘의 적극성은 정우성의 배려에서도 나왔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제작자로 나선 정우성은 자신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에 나와 김하늘의 연기를 모니터링 해주는 등 늘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챙겼다. “얼굴이 부어서 바로 촬영하지 못한다고 하면 기꺼이 ‘내가 먼저 할게’라며 신경 써주곤 했어요. 워낙 외모가 출중한 분이라 선입견이 있었는데 자신의 외모에 별로 신경 안 쓰더라고요.”
마지막 촬영 날에는 너무 아쉬워 “울기도 했다”는 그녀는 “정우성 선배가 담담해 보여 오히려 서운하더라”고 털어놓았다. 김하늘, 이 영화의 주인이 맞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김하늘과 정우성이 연인으로 나온다고 할 때부터 관심을 받았다. ‘비주얼 완벽 커플’이니 그럴 밖에. “데뷔 초에는 정우성 선배와 닮았다는 말도 들었어요. 하하. 이번 영화도 같은 앵글에 있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출연을 결심했죠. 첫 촬영을 하고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받았어요. 너무 잘 어울린다고요.”
김하늘의 새해 소망을 물어봤다. “이번 영화가 올해 개봉하는 첫 멜로 영화라 기대감이 큽니다. 흥행도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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