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UW)은 멋진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시설이 최첨단인 데다 장서가 풍부하다. 중앙도서관과는 별도로 단과대학 별 용도에 맞춘 도서관이 따로 있고,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등 학생들에게는 컴퓨터와 프린터 사용을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 설립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대규모 기부 덕분이다. 게이츠 재단의 투자가 본격화한 후 이 대학의 미국 내 순위가 급상승하고 있다.
▦ 시애틀에서 성장한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건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며, 하버드 대학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습관”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그의 서평 블로그도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서평 블로그에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읽은 200여 권의 책 목록과 서평을 올려놓았다. 그가 서평을 내놓으면 책 판매량도 덩달아 올라간다. 그는 연 50권 정도 종이 책을 읽는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어린 시절에는 재미로 백과사전을 읽기도 했고, 늘 책을 읽고 거기서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 운동이 육체를 단련시킨다면 독서는 정신을 다듬어준다. 게이츠를 비롯해 성공한 사람 중 상당수가 독서광인 것을 보면 독서는 최종적으로 리더십을 키워주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아무리 허접스러운 책이라도 저자가 수년 간 온 힘을 다해 만든 것이니 그 안에 한 인간의 경험과 지혜가 오롯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단 한 권의 책으로도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온전히 습득할 수 있다. 그저 학습 목적으로 교과서나 참고서를 읽는 것은 오히려 독서의 즐거움만 갉아먹을 수 있다.
▦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1월 소매판매 및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적 및 문구’의 소매 판매액은 4,330억원으로 2014년 11월 (4,870억원)보다 11.1% 감소했다. 특히 마음의 양식인 책을 사는데 쓴 돈이 음식물을 사먹는 데 쓴 돈의 1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욱이 지난해 1월부터 서적ㆍ문구 판매액은 전달에 비해 계속 내림세다. 스마트폰과 전자책 등의 영향이 크다. 이미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졌다.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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