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들 선거 100일 앞두고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 제기
현역 의정보고 제한 가처분신청도
鄭의장, 여야 대표와 오찬 회동
절충 시도했지만 합의 실패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구 무효화 사태로 발이 묶인 정치 신인들의 불만이 분출하면서 국회의 위법을 따지는 줄소송도 현실화하고 있다. 선거구 실종 여파로 정치 신인들이 현역 의원에 비해 현격히 불리해짐에 따라 선거가 끝난 뒤에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예비후보, “국회가 위법” 소송…현역의원 상대 가처분도
총선을 100일 앞둔 4일 예비후보들은 국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보고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도 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임정석(부산 중ㆍ동구)ㆍ정승연(인천 연수)ㆍ민정심(경기 남양주을) 예비후보 3명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국회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국회가 공직선거법 24조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의결해야 하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의결하지 않아 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유권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신의 지역구에 가장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 결정하지 못하게 됐고, 예비후보들도 어느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처지에 놓이면서 국민들의 선거권, 피선거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부산 서구 출마를 준비중인 새누리당 곽규택 예비후보도 이날 이 지역 현역인 유기준 의원을 상대로 ‘의정활동보고서 발송 및 배포 금지 가처분’을 부산지법에 신청했다. 곽 예비후보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선거구민을 대항으로 의정활동 보고서를 배포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동용 변호사 등 예비후보 3명이 지난달 16일 대법원에 총선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주심 대법관을 배정하고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대체로 예비후보들이 행정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국회에 선거구 획정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이 더 늦어진다면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 신인들이 국회의 위법을 따지며 선거무효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에 대거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대 국회가 출발부터 위법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다.
김무성ㆍ문재인, 정의화 의장 중재로 회동…또 헛바퀴
이처럼 선거구 실종 사태의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날도 공전을 거듭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ㆍ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을 하며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김 대표는 “지역구를 253석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 외에 진전은 없었다”고 결과를 전했다. 선거구획정위도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획정위원 출석 미달로 회의가 불발했다.
정 의장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여야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선거구 획정안 직권 처리를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을 먼저 개정해 선거구획정위 구성을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획정위가 여야 4명씩 동수로 추천한 획정위원으로 구성된 탓에 결론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위원 추천 방식을 바꿔 정치권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정 의장은 앞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야 추천) 4대 4로 하기보다 3대 3대 3으로 하거나 또는 중립적인 국회의장이 2~3명을 추천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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