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전쟁을 치른다는 자세로 병원의 전체 직원이 합심했습니다”
박우성(59) 단국대병원장은 구랍 31일 ‘2015 올해를 빛낸 충남인’ 시상식에서 ‘자랑스러운 충남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5월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를 맞아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 지역사회 내 확산을 막기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원장은 “지리적으로 메르스 발생 병원과 불과 30km 떨어져 있었지만 지역사회에 전파되지 않았다”며 “이는 발열 및 폐렴환자 치료, 발열환자 감시, 충남도청 및 관할 보건소와의 긴밀한 업무 협조 등을 통해 얻어낸 성과”라고 자신을 낮췄다.
단국대병원은 충남에서 유일하게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보유한 병원이다.
지난해 5월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 발병 이후 6일째부터 8번 환자의 입원을 시작으로 5명의 감염환자를 치료했다. 치료기간 확진환자와 의심환자, 선별진료소에 다녀간 1,000여명의 잠재 의심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완벽한 진료로 2차 메르스 확진환자가 거쳐간 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원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성격이 곧기로 소문난 박 원장은 첫 환자입원 당시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지역거점병원으로 충남권역 환자가 우선 이었지만 경기 평택에 거주하던 환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이후 평택, 경기남부, 안성 등 모든 지역 환자를 수용하기로 결심했다. 인근 병원들이 2차 감염 등을 핑계 삼아 환자를 되돌려 보낸 사례가 속출해 보건당국과 마찰을 빚은 것과 대조를 보였다.
박 원장은 평소 감염병에 대비해 병원 운영을 매뉴얼에 맞춰 놓았기 때문이다. 2014년 아프리카와 미국, 유럽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상황을 가상해 병원 운영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그는 “병원 내 감염은 어떻게든 막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고 모든 사람에게 질병관리본부에서 정하는 기준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 모든 가능성을 차단했다”며 “의료진들이 에볼라를 가상해 이미 훈련을 했기 때문에 실수 없이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당국에서 제시한 환자 관리지침보다 더 강화한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의심환자 등 격리기간이 2주였으나 1주 더 연장했다”며 “격리기간을 늘려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메르스로부터 확실하게 안전함을 확인한 후 격리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7월 6일 마지막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혼신을 다한 결과는 찬사보다 악성루머에 더 시달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래환자수가 급감하고 지역주민의 원망이 쏟아졌다. 심지어 단국대병원 의료진이라는 이유로 택시 승차거부도 당했다. 식당에서도 내쫓긴 직원도 있었다. 메르스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병원적자는 누적됐다. 메르스 환자의 입원기간이 3개월간 지속되면서 일반 환자의 급감으로 10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당장 직원급여를 걱정해야 했다.
뒤늦게 악성루머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신의 SNS를 통해 병원과 의료진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리고 격려를 호소하는 글을 띄우면서 가까스로 진정됐다.
박 원장은 지난해 12월 24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218일 만에 메르스가 종결되자 신종전염병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박 원장은 3개의 음압병실을 7개로 확충하고, 모든 병실을 독립된 형태의 1인실로 만들 예정이다. 응급실에도 격리 치료가 가능한 음압격리병실 2개를 증설할 계획이다. 화학전과 방사능오염 등에 대비한 제염 및 제독설비도 응급실에 설치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달부터 닥터헬기도 운영한다. 정부와 충남도의 지원으로 닥터헬기가 운영되면 도내 도서산간지역 응급환자 이송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환자 발생 신고 시 5분 이내 출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중증외상환자, 심정지, 심근경색증, 뇌졸증 환자와 급성 호흡곤란이나 쇼크환자, 증증질환의 산모나 신생아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가 제공할 계획이다.
박 원장은 첨단 암센터 건립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암센터는 오는 5월 196병상 규모로 착공한다. 15개 전문 암센터를 한데 모아 암환자를 대상으로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다학제진료 및 유전자 맞춤치료, 통증관리 등 환자 중심의 맞춤형 암 진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암센터는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인 대장암 말기환자 생존율(82%)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명실상부한 암 치료 전문기관의 면모를 갖출 전망이다.
암센터 건립은 그 동안 충남에는 암 전문 의료기관이 없어 수도권 병원을 이용해 지역주민의 경제적 부담도 크게 덜어 줄 수 있다.
박 원장은 “암센터가 완공되면 환자 중심의 맞춤치료와 보호자 정신상담까지 이어지는 전인치료가 이루어 진다”며 “유전체 기반 개인별 암 발생 예측 및 예방과 신 치료 임상연구 등 암 예방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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