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 한인 징용희생자 공양탑 가는 길 폐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 한인 징용희생자 공양탑 가는 길 폐쇄

입력
2016.01.04 15:47
0 0
일본 나가사키현 다카시마 섬의 한인징용자 공양탑 진입로가 폐쇄돼 있다. 서경덕교수 제공
일본 나가사키현 다카시마 섬의 한인징용자 공양탑 진입로가 폐쇄돼 있다. 서경덕교수 제공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다카시마(高島) 탄광 근처 한인징용자 공양탑 길이 폐쇄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다카시마는 일본 군수 대기업인 미쓰비시(三菱)가 운영한 탄광섬으로, 공양탑은 미쓰비시가 이곳에 강제 징용됐다 희생된 한인 유골매장지를 기억하기 위해 세웠지만 무성한 수풀 속에 위패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지난해 9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이 이를 세상에 알린 뒤 네티즌 모금을 통해 진입로를 정비하고 안내판을 설치한 바 있으며, 이 과정이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역을 관할하는 나가사키(長崎)시가 공양탑 입구에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안내판을 세우는 한편 그 사이에 밧줄 2개를 치고 ‘위험’이라고 적힌 간판을 걸어 진입을 막고 있다고 서 교수가 4일 밝혔다. 서 교수는 “허리를 90도로 꺾어야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험난한 길을 누구나 다 방문할 수 있도록 벌초 작업을 한 후, 시에 ‘강제연행된 한국인의 혼이 잠들어 있는 장소’란 안내판 설치를 허가해 달라는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달여 ‘논의중’이란 답변만 내놓은 채 결정을 미루던 나가사키시 당국이 지난달 말 이메일을 통해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입구 폐쇄에 대해 문의하자 나가사키시 당국은 이날 “주변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최근 폐쇄했다”며 “다른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산케이(産經)신문은 지난달 23일 “나가사키시가 다카시마 섬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양탑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이 안장돼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인근 사찰인 곤쇼지(金松寺)로 유골이 전부 이전됐다”며 “이런 취지의 안내판을 공양탑 주변 3군데에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서 교수 측이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나가사키시는 공양탑 들어가는 입구 진입 자체를 폐쇄한 것이 드러났다. 서 교수팀는 “지난해 7월 이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나서도 나가사키시는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롭게 만든 안내서와 박물관에서도 강제징용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또 일본 당국의 조치에 대해 다카시마 공양탑에 묻힌 유골이 다카시마 탄광에서 숨진 징용자들, 바다에서 조난을 당한 표류자들의 것이며, 분명한 것은 하시마(端島) 탄광 조선인 사망자의 유골을 공양탑으로 옮겨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명백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음에도 현재 거주하는 주민의 증언만을 토대로 ‘조선인들이 묻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왜곡을 하려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다카시마 공양탑의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나가사키시 담당자를 만나 누구나 공양탑에 갈 수 있도록 고치겠다”고 밝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