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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업 생태계 역동성 없다…창업 활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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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업 생태계 역동성 없다…창업 활기 필요

입력
2016.01.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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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재벌들 대다수는 창업이 아닌 상속으로 부를 쌓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수성가한 인물이 드물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역동성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재벌중심의 경제 구조, 지나친 규제 등 경직된 자본시장이 창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세계 400대 부호 중 한국 부자들은 전부 '상속자'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세계 부호 상위 400명을 부의 원천에 따라 분류한 결과 65%인 259명은 '자수성가(self-made)', 141명(35%)은 '상속(inherited)'으로 집계됐다.

400명 가운데 든 한국 부호는 5명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 모두 상속자다.

반면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반대였다. 미국은 세계 부호 랭킹 400위 안에 든 125명 중 89명(71%)이 자수성가했다. 중국은 29명 가운데 28명(97%)이, 일본은 5명 모두가 창업자다. 러시아는 18명 전원이, 인도는 14명 중 9명(64%)이 자수성가한 부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세계 10대 부자들은 모두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범위를 늘려도 한국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12월 1일 기준 상장사 주식부호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명 가운데 창업자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유일하다. 상위 30위 중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등 6명(20%), 100위 안에는 25명(25%)에 불과하다.

● "금수저 아니면 창업 어렵다"…안정 지향 풍토 확산

창업 대신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생 가운데 창업을 희망한 경우는 6%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41%나 됐다.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안정을 지향하는 사회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모들부터가 자식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한다는 설명이다. 학계에서도 '금수저'가 아니면 창업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이 청년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상속받은 부를 통해 얻는 수익은 갈수록 중요시 되고 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상속ㆍ증여가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이 1980년대 연평균 27.0%에서 2000년대는 42.0%로 크게 증가했으며 향후에도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 자본 연결 시스템 부재ㆍ재벌 중심 경제구조도 문제

틀에 박힌 자본시장이 창업에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과 기술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는 미국은 10~20년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이 생길 수 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과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찾아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자본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벤처자금을 지원해주는 쪽은 돈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정작 벤처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돈을 빌려 줄 때는 여전히 기술이 아닌 담보를 평가한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자본이 대기업에 몰리기 마련이다. 자본 흐름이 경직돼 있으니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도 창업을 가로막고 있다. 요즘 재벌은 골목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재벌들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에서는 창업 환경이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각종 규제 등 제도적 한계가 더 큰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이 커질수록 수많은 규제가 생기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크기가 어렵다"며 "결국 규제 때문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재벌 중심 경제 구조와 제도에 대한 정비를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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