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와 혼외 자녀가 있다는 개인사를 고백해 논란을 일으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다. 자신의 불륜 사실을 고백하고,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을 원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꼭 1주일만의 공식 행사 참석이다. 그동안 최 회장은 서울 서린동 SK 본사에 출근하지 않았었다.
최 회장은 2일에는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반도체 경영 현황을 논의했고, 3일에는 올해 경영구상을 한 뒤 이날 오전 11시30분 신년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임형규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와 임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그룹 창업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0조원을 경신하는 성과를 거뒀고, 이는 ‘한마음 한뜻’으로 땀 흘려준 구성원 덕분”이라며 “그러나 올해는 국내외 경영환경이 상당히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돼 ‘패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K가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투자와 고용이 갖는 임팩트가 SK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사회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 형태로 나타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SK그룹이 사회로부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그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횡령ㆍ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중이던 최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세가지를 강조했다. 첫번째는 혁신을 통해 ‘따로’를 진화시키고, ‘또 같이’를 통해 ‘따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솔직함과 신뢰의 기업문화 확산, 세번째는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서의 패기였다. 최 회장은 “개별 회사가 처한 환경과 사업구조 특성에 맞게 경영시스템을 설계하고 한층 업그레이드 하여 실행력을 높이고, 동시에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각 사의 경영 인프라 수준을 높임으로써 그룹의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 솔직할 때 소통의 비용이 줄어들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비록 시간이 많이 소요되겠지만 솔직함과 신뢰는 반드시 정착ㆍ확산해 나가야 할 기업문화”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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