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포기하지 말라-마윈(馬雲).”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시 중관춘(中關村) 창업거리의 ‘3W 카페’에 들어서자 세계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대형 사진과 좌우명이 걸려 있는 게 눈에 들어 왔다. “창업의 과정은 좌절의 연속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공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는 설명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주문을 거는 듯 했다. 그 옆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빌 게이츠 MS 창업자의 사진과 격언도 보였다. 책장에는 창업 관련 서적들이 즐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 청년들은 삼삼오오 모여 창업과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대형 회의실에서는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한 기업이 투자 설명회도 진행하고 있었다.
카페 옆 창업 컨설팅 회사가 마련한 창업 강좌에는 저녁 시간에도 100여명의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게시판엔 ‘동업자를 구한다’는 광고, ‘인터넷 운영 경험이 있는 관리자는 급히 연락을 달라’는 창업 관련 소식 등이 가득했다.
중관춘 창업 거리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 정책이 실현되고 있는 중심지다. 2013년9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들이 중관춘을 찾아 집단 교육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5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다시 이 곳을 방문하는 등 중국은 이 곳을 창업가의 요람으로 만드는 데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다. 이미 2014년6월부터 1년 동안 이 곳에선 무려 9만명의 창업자가 배출됐다. 2015년1~9월 이 곳에서 문을 연 기술 기업도 1만8,399개나 된다. 2014년 중국의 일반기업 등록 수는 365만개다. 하루 1만개 기업이 문을 연다는 얘기다.
짝퉁이나 만든다며 손가락질 받던 중국 기업들도 어느 새 창조와 혁신으로 무장한 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본사를 둔 다장촹신(大疆創新ㆍDJI)은 2014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민간 소형 무인기 시장의 독보적 강자다. 업계에선 다장촹신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문을 연 이 회사는 휴대폰과 연동시켜 조정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무인기 ‘팬텀’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2015년 매출이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매출 300만위안(약 5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0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1980년생인 항저우(杭州) 출신 왕타오(汪滔) 회장은 홍콩과학기술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무인기에 매력을 느껴 2006년 이 회사를 차렸다. 그 사이 직원은 20여명에서 4,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18일 본사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엔지니어를 포함한 연구 개발 인력이 무려 2,800여명”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화웨이(華爲)와 샤오미(小米)도 이미 세계적인 중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화웨이의 2015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대를 넘어섰다. 시장조사기관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가 3위, 샤오미가 4위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샤오미가 유통망 혁신을 통해서 저가 스마트폰으로 돌풍을 일으킨 반면 화웨이는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화웨이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15% 안팎이다. 이미 2014년에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국제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세계 최다 기업에 올랐다. 샤오미도 휴대폰 외에 전동 스쿠터와 초고화질 TV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샤오미가 미국 업체 세그웨이를 인수한 뒤 파격적 가격에 내 놓은 1인용 이동 수단인 ‘나인봇’은 기다려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중국기업들이 이처럼 도약하고 있는 반면 한국기업들은 점점 시장에서 밀려나는 형국이다. 5년 후엔 마지막 남은 한국 경제의 자존심인 반도체마저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가장 큰 수입품이 바로 반도체”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한국을 따라 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예상했다.
베이징ㆍ선전=글ㆍ사진 박일근특파원 ikpark@hankp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