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개인 비행장치 제트팩(JET PACK) 시험 비행에 성공한 기업은? 선진국 기업을 떠올리고 있다면 오답이다. 정답은 창립 5년 밖에 안 된 중국 기업 광치(光啓)다.
양 옆으로 프로펠러가 달린 제트팩을 어깨에 가방처럼 멘 뒤 창공을 가르는 모습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사실 제트팩을 처음 개발한 것은 뉴질랜드의 한 회사다. 그러나 광치는 일찌감치 이 회사의 지분 52%를 인수했다. 이런 과감한 혁신기업 광치를 이끌고 있는 류뤄펑(劉若鵬) 회장은 올해 33세에 불과하다. 광치는 류 회장을 포함, 미국에서 공부한 5명의 박사가 의기투합, 25만위안(약 4,500만원)의 자금으로 출발한 회사다. 류 회장은 광치의 독자적 기술을 제트팩과 결합,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2012년12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중국의 최고 권력자에 오른 뒤 처음으로 방문한 기업도 바로 광치다. 기자와 만난 류 회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포부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제트팩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광치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주로 메타물질(metamaterialㆍ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빛의 파장보다 매우 작은 크기로 만든 인공물질) 즉 초재료(超材料) 관련 연구와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재료 기술을 활용하면 투명 망토도 만들 수 있다. 대형 비행선인 윈단(雲端ㆍCLOUD)도 제작해 이미 둥관(東莞)시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30톤까지 적재할 수 있는 태양광비행선도 만들었다. 스마트 광자(光子ㆍ빛) 기술을 응용한 제어, 방범, 지불 서비스도 상용화한 상태다.”
창업 5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기업을 일군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미국 듀크대학에서 초재료 연구를 하던 중 장양양(張洋洋) 자오즈야(趙治亞) 리춘린(李春霖) 루안린(欒琳ㆍ여) 박사를 알게 됐다”며 “창업은 5년 밖에 안됐지만 관련 연구는 이미 오랫동안 해 왔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기업들은 주로 기존의 것을 좀 더 개선하는 데 주력하지만 우리는 전혀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며 “이러한 혁신이 더 많은 상상을 현실로 가능하게 해 주며, 우리는 비교적 짧은 기간 실험을 현실로, 다시 이를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총서기가 취임 후 광치를 맨 처음 이유를 묻자, 그는 “3년 전 시 총서기가 취임한 지 23일만에 지방도시 중 선전을 가장 먼저 방문해 광치를 찾고 이어 텅쉰(騰訊ㆍ텐센트)에 갔다”며 “이는 전 세계를 향해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광치와 텅쉰을 찾은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방면에서 각각 중국을 대표하는 신흥 기업이기 때문이며, 기존 임가공 방식은 더 이상 중국 경제의 미래가 될 수 없으며, 중국 경제를 앞으로 창조와 혁신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류 회장은 혁신에 대해“미래를 현재로 가져 오는 변화와 활동이며, 하나의 과정”이라고 정의한 후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먼저 미래에 대해 설계하고 그려봐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의 도시 교통 수단, 생활 방식 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마차가 대중교통의 주역이던 시절에 대부분 사람들은 말을 어떻게 더 빨리 달리게 할지 고민하지만, 진정한 혁신가는 말이 아니라 자동차를 생각해 내는 것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이어 “자동차가 늘어 정체가 생기면 이젠 날아 다니는 차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치의 대표적 혁신제품인 제트팩은 광치가 만든 게 아니라 외국 회사를 인수한 것 아닌가라고 되묻자 그의 대답이 길어졌다.
“광치는 글로벌 창조 혁신 공동체다. 완전히 뒤엎는 혁신은 혼자의 힘으로 해낼 수 없다. 스티브 잡스에 비견되는 창조 혁신 정신으로 무장해 창업을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작은 실험실에서 하루 아침에 혁신적 상품을 생산해낼 순 없다. 광치의 글로벌 창조 혁신체는 연방제랑 비슷하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 같은 혁신 영웅들을 우리의 팀에 합류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광치의 핵심이 되게 할 것이다. 글로벌 창조 혁신 인재들을 끌어 모을 것이다. 한국엔 세계적 대기업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인적 물적 자원이나 역량에서 부족한 게 없다. 그러나 창조와 혁신의 활력이 부족하다. 광치는 활력이 있다. 광치는 오직 하나의 제품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다. 우리는 글로벌 혁신 공동체를 꾸렸다. 광치는 중국 기업이면서 중국 기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원하는 더 나은 미래를 고객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선전= 글ㆍ사진 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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