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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취업 꿈 실현…이젠 대학 진학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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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취업 꿈 실현…이젠 대학 진학 해야죠

입력
2016.01.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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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군이 한국조폐공사 제지본부 수표부에서 인쇄된 수표를 정리, 포장하는 업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박동혁군이 한국조폐공사 제지본부 수표부에서 인쇄된 수표를 정리, 포장하는 업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지금 우리사회에는 젊은이들이 처한 우울한 현실을 일컫는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3포세대’부터 5포세대(3포+인간관계, 내집마련), 7포세대(5포+꿈, 희망)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에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학업과 직업이 달라진다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의 ‘수저론’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과 노력으로 스스로 앞길을 개척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조폐공사 정식 직원이 된 충남기계공고 전자기계과 3학년 박동혁(19)군이 대표적이다.

박 군은 아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학생 신분이지만 ‘신의 직장’으로 불리우는 공기업의 어엿한 정식 직원이다. 공기업은 취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라면 공직과 함께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곳 중 하나다. 대학 졸업생들도 가기 어려운 직장을 박군은 고교생 신분으로 거뜬히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요즘 충남 부여에 위치한 조폐공사 제지본부로 출근 하느라 아침 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매일 아침 7시30분 통근버스를 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직은 몸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인턴을 마치고 정식 직원이 된지 2개월이 조금 넘은 직장 새내기로 요즘 그는 미래를 설계하느라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학교 동기들은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데 일찌감치 직장을 얻어 앞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는 생각에 한편에서는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5월 인턴 근무를 시작해서 첫 월급을 탔을 때 친구들에게 ‘한 턱’을 쏘았는데 엄청 부러워 하더라구요. 친구들이 저더러 ‘성공한 놈’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열심히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군은 일찍부터 공고를 선택했다. 집안 사정상 대학을 진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고등학교 진학 때 공고를 가겠다고 결정했다. “1남 4녀의 장남이라는 책임감도 있어서 대학은 내 힘으로 벌어서 가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선택한 학교여서인지 그의 학교 생활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범생 스타일 이었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박 군도 이런 평가를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학교 공부를 착실히 따라 하고 필요한 공부는 집에서 집중을 해서 했다”고 전했다. “평소에는 집에서 2시간 가량 예습과 복습을 하고 시험기간에는 4~5시간가량 집중적으로 공부를 했다”며 “한번 마음을 먹으면 주위 친구들이 ‘공부 좀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실성은 그를 지도했던 교사도 인정했다. 2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장연순 선생은 “동혁이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학생으로 해야 할 일은 끝까지 마무리하는 스타일”이라며 “성격도 좋아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은데 그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밝게 생활을 했다”고 칭찬했다.

장 선생은 “꾸준히 노력하는 학생으로 학교에서 마련한 취업관련 프로그램 등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직장에서도 그런 성격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군은 직장인으로서의 자세에 빨리 적응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일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각오다. 현재 그는 수표부에서 인쇄된 수표를 정리, 포장해 보관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연결되지 않지만 여러 업무를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학교 전공과 다른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데 분야마다 배울게 많고 재미도 있다”며 “여러 파트의 일을 경험해 본 후 전문분야를 찾아 더욱 정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직장에서 자신의 행동이 후배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강한 책임감도 갖고 있다. 고졸 동기들은 각 지역의 유명 공업계 고교에서 추천을 받아 입사했다. 당연히 학교의 대표라는 생각들이 강하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정식 직원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앞으로 후배들의 진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며 “내가 직장에서 하는 일이 어떻게 비춰질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학교 수업에 충실히 임하고 노트 필기를 열심히 한 후 예ㆍ복습을 하는 것이 공부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직장생활이 안정되면 대학에도 진학 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에게는 앞으로 취직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다”며 “나는 마음만 먹으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 오히려 내가 선택한 길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고등학교 전공과 달리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컴퓨터를 전공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허택회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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