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할머니들 靑 초청 사실상 무산, 日은 후속 정상회담 앞서 의원단 방한 군불 떼기
정부가 위안부 협상 졸속타결 논란 속에 여론전에서도 일본에 밀리고 있다. 청와대가 피해 당사자들과 거리를 둔 채 눈치만 보는 사이 일본이 전방위로 할머니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면서 주도권을 뺏긴 형국이다.
외교 소식통은 3일 “당초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자리를 함께하면서 각별하게 예우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이 같은 입장을 당시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할머니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당장은 어렵지만 일단락되면 박 대통령이 직접 성의를 다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일본과의 험악한 관계 속에서도 할머니들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했고 고위당국자가 수시로 찾아가 협상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할머니들과의 사전교감 없이 일본과의 협상을 끝내면서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 내달 설을 앞두고 황교안 총리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할머니들을 찾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정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머뭇대고 있다. 설령 성사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자리에 비하면 격이 떨어진다.
더구나 할머니들은 지난달 28일 한일 정부간 합의를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할 태세다. 할머니 측은 “박 대통령이 초청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과의 잘못된 합의를 되돌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일본 정부는 조만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갈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3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나 5월 일본이 주최하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후속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그에 앞서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아사히 신문은 이날 여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과 만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한일간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는 당사자들에게 일본 정치인들이 찾아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묘한 상황이 연출될 경우 당사자들과의 스킨십에 소극적인 우리 정부와 극명하게 대비돼 국내 반발여론이 더 확산될 우려가 있다. 반대로 할머니들 앞에서 매몰차게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일본으로서는 할 만큼 다했다며 스스로 정당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식통은 “정부가 대국민 메시지만 강조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뻣뻣하게 대하지 말고 좀더 유연한 자세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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