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서나 화장실에는 주의 문구가 있다. 일본의 어느 화장실에 ‘Please use the rest room cleanly’라고 적혀 있는 것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런 문제는 대개 번역과 문법 토론으로 이어진다. 벤처자금을 일반 대중으로부터 투자 받는 crowd funding이 있고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crowd sourcing이 있는데 이제는 영어의 시시비비도 crowd debating으로 쉽게 발전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런 토론은 한 두 명의 영문학자나 원어민 몇 명의 전문가 토론보다 더 빠르고 값진 결과를 낳는다.
동양권 언어에서 영어를 옮길 때 곧잘 오류가 나오는 것이 부사의 처리다. 최근 일본의 어느 시험장 화장실에 영문으로 ‘Please use the rest room beautifully’라고 쓰여진 것도 재빠르게 인터넷 토론 대상이 되었다. 우선 rest room 이 옳으냐 restroom처럼 한 단어 처리가 옳으냐 토론이 벌어진다. Merriam-Webster의 10판에는 rest room으로 나와 있지만 시중에서는 restroom이 압도적으로 많고 New York Times나 Atlantic Monthly 같은 신문 잡지에서도 한 단어 처리로 나온다. 이런 경우 ‘절대 다수가 사용하는 것이 통용성이고 결국 그것이 rule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restroom이 시대적 추세이다. 그 다음은 부사의 사용법인데 ‘use X beautifully’ 부분만 보면 사용 방법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해야 ‘아름답게 화장실 사용을 하는 것일까’ 의문이 생길 것이다. 다중 토론을 통해 ‘Please keep the restroom clean’이 이상적인 번역 문구로 정리되었지만 ‘Please cleanly use the restroom’같은 대안 문장도 소개된다. 물론 ‘Please use the rest room beautifully’처럼 써도 원어민이 이해를 하는 것은 메시지가 명쾌해서가 아니라 문장의 의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이러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는 주어 동사 부사 등의 위치나 구조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의 이유는 단연코 ‘의미 전달’이고 그 과정에서 오차가 생기고 소통에 실패한다면 좋은 번역일 수 없다. 원어민들이 ‘How are you doing?’의 인사에 ‘I’m good’이라고 인사하는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은 오히려 동양인의 관심을 끈다. ‘I’m well’의 전통적인 문장을 놓고 well을 부사로 보는 것이 문제이고 well은 분명 ‘건강하고 좋은’의 형용사로서 ‘good’보다 더 적합한 응답이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부사는 역시 기능이나 구조보다는 ‘쓰임’에 적합해야 한다. Happy New Year to you and your family, readers.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