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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지구 어딘가의 당신

입력
2016.0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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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지인에게서 메일이 왔다. 수신 시각은 한국 시간 1월 2일 오전 7시 56분. 파리는 그때 1월 1일이 막 지나가고 있을 무렵. 내용은 특별할 게 없는 새해 안부다. 반가웠고, 두 달 전 테러의 여파가 조금은 가신 것 같은, 정확하진 않지만 은근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지구 반대편이든, 남쪽 지방 어디든 자주 연락 않더라도 마음 가는 사람, 소식 궁금한 사람이 있다는 게 새삼 애잔하고 그리웠다. 때로, 멀리 있어 연락이 안 되는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문득 연락하면 늦게나마 답이 오고, 나를 안 잊고 있다는 전갈에 푸근해진다. 푸근함이 그리워서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뭔가 어필하고 생색내려는 건 아니었는데, 그쪽이 나를 생각한다는 기척이 척박한 마음에 작은 빛이 되기도 한다. 작은 방에서 홀로 맡는 세밑과 여명이 그렇게 또 다른 삶의 확신으로 밝아지는 순간, 지루하고 공허한 생활에 어떤 갱생의 여지가 생긴다. 당장의 괴로움과 혼란 따위 오래 방치한 책상의 먼지처럼 공들여 닦아내면 그만. 그러고 나면 혹시 비워졌을까 애태우던 자리에 그리운 그가 새삼 미소 지으며 앉아있는 것도 같다. 매년 금연 각오는 언감생심이지만, 그래도 만성이 돼버린 악습들을 교정해보며 안부를 적으려 책상에 앉는다. 지구 어디선가 날 생각하고 있을 당신, 늘 사랑한다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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