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7시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코엑스에 221명의 엄선된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영화 ‘셜록: 유령신부’를 보기 위해 새해 벽두부터 차디찬 새벽 공기를 뚫고 온 이들이다. 하지만 이 희한한 시사회에 대한 불평은커녕 한국에서 누구보다 먼저 셜록을 만난다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이혜정(20)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지하철을 타고 왔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셜록을 보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사회가 열리기 한 시간 반 전인 오전 5시 30분에 도착해 가장 먼저 상영회 티켓을 받아간 부녀는 ‘셜록’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시사회에는 미리 신청한 이들 중 ‘베이커가(街) 221번지’라는 셜록의 하숙집 주소를 차용해 221명만 초청됐다.
BBC가 2010년부터 제작 방영하는 TV시리즈 ‘셜록’은 오랜 제작기간과 적은 편수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에 개봉된 것은 시즌3 이후 2년만에 나온 극장판 ‘셜록: 유령신부’(이하 셜록)인데, 그 개봉과정도 이례적이기 짝이 없다. 영화계의 관행인 개봉 전 시사회는 아예 진행하지 않았고, 자국에서도 지난 12월 31일 단 하루 ‘셜록’을 극장에서 특별 개봉했다. 추리극이라는 특성상 줄거리가 살짝이라도 공개돼선 안 된다는 제작사 BBC의 깐깐한 전략 때문이었다. ‘셜록’을 수입 배급한 메가박스 플러스엠 측도 사전 홍보나 언론 시사 없이 ‘셜록’의 개봉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다 국내 팬들의 문의가 쇄도하는 바람에 결국 개봉 당일 영국 시간에 맞춰 국내 첫 공개 시사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오전 7시라는 시간도 BBC의 방영 시간에 맞췄다.
BBC는 지난 1일 오후 9시 ‘셜록’ 극장판을 TV로 방영했다. 영국과 한국의 9시간 시차를 감안하면 2일 오전 6시에 공개하는 게 맞지만 이 시간에 문 여는 영화관이 없어 한 시간 뒤로 미뤄졌다. ‘셜록’의 홍보를 맡는 이가영화사 측은 “한국 날짜로는 2일이지만 BBC와 한 시간 차이로 공개했기 때문에 개봉한 나라 중에서는 가장 이른 시간에 영화를 만났다”고 밝혔다.
극장판을 볼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홍콩 일본 이탈리아 등 22개국(TV시리즈는 현재 240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뿐이다. 국내 개봉 기간도 단 4주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나은 편이다. 대부분 나라는 2주, 일주일만 개봉하는 나라도 있다. 한 영화관계자는 “BBC의 계약 조건이 나라마다 달랐을 것”이라며 “질 높은 콘텐츠로 개봉 날짜까지 좌지우지하는 BBC가 부러우면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원래 2주만 개봉할 뻔했다니 마니아들 사이에서 “카운트다운 영화” “극장이 소금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뚜껑을 연 ‘셜록’은 TV시리즈로는 현대물인 셜록 홈즈를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으로 이끌어 의문의 살인사건을 풀어간다. 중절모를 눌러 쓴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왓슨(마틴 프리먼)의 변화된 모습과 고풍스런 런던 분위기가 새롭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셜록’은 개봉 첫 날 395,792명의 관객을 모으며 영화 ‘히말라야’(관객수 402,589명)에 근소한 차이로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셜록’은 입문자들에게 꽤 친절하다. 영화 시작과 끝에 ‘셜록’의 작가 스티브 모팻과 마크 게티스가 나와 셜록의 집과 내부, 캐릭터 등을 설명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또한 영화 초반에 2010년 첫 시즌부터 영상으로 요약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초보자에게는 불편한 영화로 평가 받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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