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반대 청년배당ㆍ무상 교복 등
道 “정부와 대립각 세울 이유 없다”
이르면 4일 재의 요구 방침 정할 듯
市가 거부 땐 대법 소송까지 갈 수도
청년배당과 무상 공공산후조리, 무상교복 등 복지사업을 두고 벌어졌던 경기 성남시와 정부와의 갈등이 성남시와 경기도의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정부가 성남시의 올 예산안에 대한 재의요구를 통보, 경기도가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재의를 요구하고 성남시가 거부하면 두 광역ㆍ기초 지자체가 껄끄러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3일 경기도와 성남시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0일 ‘성남시가 올 예산에 청년배당 등의 사업비를 담으면서 사회보장기본법상 사전협의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재의를 요구하도록 경기도에 지시했다.
성남시는 복지부의 ‘불수용’결정에도 청년배당 113억원과 무상 공공산후조리 94억원, 무상교복 사업비 27억원을 올 예산에 편성했다. 복지부가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재원마련 대책 불투명 등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성남시가 ‘지자체 고유 사무를 침해하고 있다’며 밀어붙인 것이다. 복지부는 성남시의 이런 결정이 사회보장사업을 신설·변경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한 사회보장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재의요구 방침을 정했다. 지방자치법 172조는 지방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되면 시ㆍ도지사가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공문을 받은 경기도는 이미 내부 법률검토에 들어갔다. 재의 요구를 받은 지자체장은 20일 이내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하는데 경기도는 기한(11일)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긴 4~5일쯤 방침을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성남시 문제로 경기도가 중앙정부와 대립 각을 세울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혀 복지부의 방침을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성남시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성남시의회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의 요구안이 거론되자 경기도에 미리 공문을 보내 거부를 요청했었다.
이 시장은 지난달 29일 공문에서 “중앙정부의 조치는 복지 후퇴이고 지방자치 훼손”이라며 “남경필 도지사의 소신에도 배치되는 중앙집권적 발상”이라고 남 지사의 결단을 요청했다.
성남시가 예상대로 재의요구를 거부하거나 성남시의회에서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되면 경기도는 대법원에 관련 예산안의 위법성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남시와 복지부간 촉발된 갈등의 불씨를 경기도가 떠안고 성남시와 맞서야 한다.
경기도 공무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성남과 정부 사이에 경기도가 끼인 형국”이라며 “어떤 선택도 남 지사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