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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군기잡기 폭행... 추락한 '역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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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군기잡기 폭행... 추락한 '역도 영웅'

입력
2016.01.0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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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역도 최중량급 기대주 황우만이 사재혁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춘천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3일 그의 아버지가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춘천=뉴시스
한국 남자 역도 최중량급 기대주 황우만이 사재혁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춘천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3일 그의 아버지가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춘천=뉴시스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새해 벽두부터 스포츠계가 폭행 사건으로 얼룩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31ㆍ제주특별자치도청)이 후배인 황우만(21ㆍ한체대)을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역도 관계자는 2일 “사재혁에게 폭행을 당한 황우만이 현재 춘천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황우만은 왼쪽 눈 밑에 뼈가 부서져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번져 올림픽을 앞두고 희망과 기대로 넘쳐나야 할 신년 스포츠 뉴스가 ‘사재혁 폭행’으로 뒤덮였다.

잠잠할 만 하면 터져 나오는 폭행 사건은 일그러진 위계 질서에서 비롯된 한국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지적이다. 쇼트트랙에서는 지난해 9월 훈련 도중 고참급 선수가 막내 선수에게 달려 들어 욕설과 주먹을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훈련에서 레이스를 이끌던 선배가 삐끗하자 그 틈새로 후배가 추월했고, 선배가 이에 걸려 넘어지자 발끈한 것. 후배를 폭행한 이는 ‘에이스’ 신다운(서울시청)으로 밝혀졌고 그는 올 시즌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도 승부조작을 거부하다가 선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밝혀 큰 충격을 던졌다. 2012년부터 코치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했던 루지 국가대표 권 모 선수는 해당 코치와 루지연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남종현 전 대한유도회장은 지난해 임원 회식 도중 한 가맹단체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해 물의를 빚고 사퇴하기도 했다.

운동부에서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고 심지어 강제 추행까지 하는 사례는 허다했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스포츠인권강사를 육성해 각급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대한체육회도 스포츠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뿌리 깊은 위계질서 때문에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접수된 운동 선수에 대한 성폭력 및 폭행 신고 상담 건수는 총 816건에 이른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79건(9.7%)에 그쳤다.

한편 사재혁은 지난해 12월31일 춘천의 한 술집에서 역도 후배들과 송년회를 했고, 그 자리에 사재혁의 호출을 받은 황우만이 뒤늦게 합석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만은 2일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재혁의 만행을 폭로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PC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사재혁 선배와 함께 있던 다른 선배에게서 전화가 와 억지로 불려갔다”면서 “30분~1시간 정도 얘기 중 사 선배가 나를 밖으로 불러냈고, 도로 턱에 앉은 채로 30분 정도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폭행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 초 태릉선수촌에서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사재혁 선배에게 얼굴을 한두 대 정도 맞은 적이 있는데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사재혁은 지난 1일 병원을 찾아 사과했지만 황우만의 가족들은 “진실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재혁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역도는 전력적으로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재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77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팔꿈치가 탈구돼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2013년 현역 복귀를 선언했고, 2014년 85kg급으로 체급을 올려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사재혁의 투혼과 불굴의 의지는 역도계에서 큰 귀감이 돼 이번 폭행 사건의 충격은 더 크다. 황우만은 ‘제2의 사재혁’으로 불리는 최중량급(101kg 이상) 유망주다. 고교 2학년 때인 2014년 카잔 세계주니어대회에서 인상 1위, 합계 2위에 올라 2014년 역도연맹 올해의 신인으로도 뽑혔다.

박동희 대한체육회 홍보실장은 “대한체육회 차원에서는 회의를 거쳐 선수촌 퇴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징계 여부는 역도연맹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사건의 진위를 파악 중이다. 양쪽 이야기를 들어본 후 징계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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