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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의 태릉 선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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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의 태릉 선수촌…

입력
2016.01.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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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 뉴시스
태릉선수촌. 뉴시스

한국 스포츠의 ‘메카’ 태릉선수촌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1966년 터를 잡은 태릉선수촌은 50년간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요람이었다. 지난해 초에는 서울시가 선수촌의 ‘역사적 문화적 상징적’가치를 인정해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촌이 태릉(중종 계비 문정왕후의 묘)과 강릉(명종ㆍ인순왕후의 묘) 사이에 있어 왕릉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초 두 능묘는 붙어있었지만 선수촌 건립으로 분리됐다. 2009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 될 당시 실사를 위해 방한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선수촌을 포함, 주변 시설의 철거를 요구했고 정부는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문화재청은 3년 단위로 연장되는 국유재산 사용기간이 2016년 8월 끝나면 단계적으로 선수촌을 철거, 왕릉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서울시가 태릉선수촌 일부 숙소와 체력훈련장 등 한국 스포츠 역사가 서려있는 8개 시설에 대해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8곳이 등록 문화재(근대문화유산 중 보존ㆍ활용가치가 인정되는 문화재)가 되면 사실상 전면 철거는 어려워진다.

‘땅 주인’인 문화재청은 유네스코가 조선 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왕릉 원형 보존을 권고했기 때문에 선수촌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다만 정상적 절차를 밟아 신청서가 접수된 만큼 각계 의견을 수렴해 등록문화재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체육회는 태릉선수촌이 간직한 역사적 가치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종삼(68) 태릉선수촌장은 “태릉선수촌은 1966년 개촌 이래 우리나라 스포츠의 기틀을 만든 한국 체육의 중추”라며 “근현대 문화 유산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만큼 태ㆍ강릉 문화유산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존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 고 강조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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