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를 넘어서겠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46) 감독의 호언장담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미드필더 권창훈(22ㆍ수원 삼성)이다. 2015년 프로 3년 차 선수에서 올림픽 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폭풍 성장한 권창훈은 이제 리우올림픽에서 2012 런던올림픽의 4강 신화를 재현할 채비를 하고 있다.
권창훈은 최근 한국 축구가 주요 국제 무대에서 구기 종목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을 때 줄곧 그라운드 밖에 있었다. 2012년 홍명보호가 런던올림픽 3, 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권창훈의 나이는 18세. 수원 삼성의 유스팀인 매탄고에서 프로 진출꿈을 키우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2014년 이광종(51) 감독이 이끄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28년만의 금메달 쾌거를 이뤘을 때도 권창훈은 프로 2년 차, 소속팀에서 교체 멤버로 뛰는 신출내기에 불과했다.
U-17(17세 이하) 대표팀과 U-20(20세 이하) 대표팀 경기에서 28경기 8골을 넣는 등 연령별 대표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차세대 스타가 될 재목으로는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권창훈은 2015년을 완벽하게 ‘권창훈의 해’로 만들었다. 먼저 수원 삼성의 주전 미드필더였던 김두현(34)이 성남 FC로 이적하면서 권창훈은 소속팀에서 주전 멤버로 거듭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어 2015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K리그에서 젊은 피를 수혈하고자 했던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A매치 대표팀 감독의 눈에 띈 것이 변곡점이 됐다. 권창훈은 동아시안컵 중국전을 통해 A매치 대표팀 데뷔 무대를 가졌고, 3경기 동안 득점은 없었지만 저돌적인 드리블과 뛰어난 슈팅 감각으로 단번에 슈틸리케 감독과 축구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지역예선 라오스전과 레바논전에서는 라오스전 멀티골을 포함해 3골을 연속 몰아넣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쉬는 날에는 빵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거드는 효자로 알려져, 어린 선수임에도 인품까지 갖췄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과연 권창훈은 2016년까지 자신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까. 지난해 12월22일 울산 전지훈련 장에서 만난 권창훈은 “2012년과 2014년 형들이 국제 무대에서 메달을 따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올림픽 무대에 서는 꿈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물론 올림픽으로 가기 전에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카타르에서 12일 개막하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3위 안에 들어야만 리우행 티켓을 따낼 수 있다. 그는 “2015년은 잊지 못할 한 해였다. 2016년도 잘 준비하고 싶다”면서 “우선 카타르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모님이 운영하는)빵집 매출이 좀 올랐느냐”는 질문에 권창훈은 “그런 건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쑥스러움이 많고 수줍은 성격. 여러 지도자들의 평가대로 ‘축구 밖에 모르는 창훈이’다. 그가 카타르를 넘어 리우에서 어떤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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