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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럽 난민 문제와 한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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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럽 난민 문제와 한국의 역할

입력
2016.01.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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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바깥쪽 국경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대량 난민 유입 사태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민족의 침입으로 패망의 길을 걷게 된 로마제국의 운명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유럽 지도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한 해 동안 독일 한 국가에 유입된 난민 수가 이미 100만 명에 달하고 그리스를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공식 난민 수만 해도 70만 명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난민에 대해 온정적인 정책을 펴왔던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점증하는 국내외적 압력으로 커다란 정치적인 시련을 겪고 있다.

금번 난민 사태의 근본 원인은 2011년 내전 발발 이래 무려 400여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조국을 탈출한 후 난민으로 전락한 것이지만, 여기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쟁 난민이 가세하고, 주로 경제적 동기로 유럽에 이주하고자 하는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인들까지 합세해 유례를 찾기 힘든 난민 대이동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측은 시리아 난민의 절반 이상을 수용하고 있으면서도 난민 유럽 이동의 발판이 되고 있는 터키가 난민 유출을 막아주도록 대규모 지원금 제공, EU 가입 협상 재개 등의 유인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난민 이동의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한편, 유럽 내 26개 회원국간 국경 없는 자유 통행을 허용하는 셴근 조약의 최동부 국경인 그리스에 대한 역내에서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가 셴근 조약에 따른 국경통제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으며, 역외인 최초 도착국가가 수행하게 되어 있는 외국인 등록의무 이행도 미진하고, 회원국 간 합동 국경 감시 요청에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불가항력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그리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셴근 조약 회원국 자격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압박한다. 유럽 내 난민 최초 도착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국경 관리를 해달라는 주문이다.

지난달 발생한 파리테러범 중 최소 두 명이 그리스를 통해 프랑스에 들어간 사실도 이러한 강경책에 일조하고 있다. 이미 헝가리가 이 테러 사건 이전부터 동남부 국경에 철책을 세웠고,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도 각각 이웃 국경에 철조망을 세웠다. 인력의 자유 통행을 통한 막대한 비용 절감과 이동 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시작된 셴근 조약의 기반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그리스와 마케도니아(FYROM) 국경에 위치한 난민 주요 집결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 국경은 이미 양국 군경의 통제를 받고 있었으며 오직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출신 난민들만 심사 후 통과가 허용되었다. 그럼에도 한켠에서는 전쟁 난민이 아닌 사람들이 끊임없이 월경을 시도하며 군경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었다.

국제구호단체와 그리스 측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의 현지 생활 여건 역시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어른들의 의복과 몰골은 한눈에도 난민임을 실감하게 하였으며 천진난만해야 할 어린이들의 얼굴에도 먼지와 눈물기가 가득하였다. 근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의 인도적 위기를 맞아 근본 원인인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과 함께 난민 집결 국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또한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우리 정부는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을 통해 그리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3개국 내 난민을 위해 총 3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이중 절반이 가장 수가 많은 그리스 내 난민을 위한 것이며, 이를 포함하여 우리 정부가 지난해 난민 보호 등 인도적 지원에 기여한 액수는 총 3,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기여가 중동과 유럽의 인도적 위기 상황 극복은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유럽 내 자유 이동체제 유지에도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안영집 주그리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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