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간) 오후 9시30분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도심의 한 고층 호화호텔에서 큰불이 났다.
다행히 경상자 16명 외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호텔 손님과 신년 불꽃놀이를 보러 나온 행인 등 수천 명이 대피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두바이 당국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불은 두바이 도심에 있는 63층 규모 5성급 호텔 겸 레지던스인 ‘어드레스 호’의 20층에서 발생했다.
20층에서 시작된 불길과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위층으로 번지며 건물을 집어삼켰다. 화염에 이은 연기가 1,000m가량 날아갈 정도로 멀리서도 이 화재가 목격됐다.
호텔 안에 있던 손님과 인근 건물에 있던 목격자들은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난 뒤 불꽃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고 전했다.
불이 나자 호텔 측과 당국은 건물 안과 인근에 있던 사람들을 긴급히 대피시키고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불길은 10시간 넘도록 잡히지 않으면서 새해 첫날까지 이어졌다. 두바이 공보국의 한 관계자는 “불의 90%가 진압됐다”고 밝혔다.
해당 호텔을 대피 과정에서 1명이 연기 호흡에 따른 심근경색 증세를 보이고 14명이 가볍게 다쳤을 뿐 사망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dpa통신은 부상자만 16명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 투숙객은 호텔 48층 외벽 쪽 발코니의 좁은 문틀에 발을 디딘 채 한 시간가량 위태롭게 붙어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AFP통신은 이 호텔 48층 객실에 묵던 한 남성 사진작가가 불길과 연기를 피해 유리창 청소용으로 마련된 밧줄을 몸에 묶고 좁은 문틀에 발을 디딘 채 건물 외벽에 기대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사진작가는 “불꽃놀이를 보려고 발코니로 나왔다가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해 건물 외벽에 매달렸다”며 “10m 앞에서 불꽃이 치솟는 걸 보고 제발 살아서 아내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경상자 대부분은 호텔 내부에 머물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비상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대피하려는 도중 나왔다. 투숙객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으며 경상자 10여 명이 현장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다고 두바이 경찰청과 공보국은 밝혔다. 이날 불은 호텔 외벽에서 시작됐으며 건물 내부 소방장치가 즉시 가동돼 불길이 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불이 났을 무렵 호텔 인근 광장 ‘에마르 스퀘어’에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보러온 관광객이 수천 명에 달해 대피 과정에 큰 혼잡이 빚어졌다.
이 호텔은 두바이 분수와 광장을 사이에 두고 세계 최고빌딩 부르즈 칼리파를 마주 보고 있어 매년 12월 31일 밤 광장에서 열리는 신년 맞이 불꽃놀이를 정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꼽힌다. 이 호텔에는 고급 아파트 626채와 호텔 객실 196개가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국 CNN방송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20층에 있던 레지던스 방 안 커튼에 붙은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한 현지 언론은 전기적인 문제가 이번 화재의 원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