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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새해다짐 #다이어트 #작심삼일…

입력
2016.0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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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보다 휴대폰에 익숙한 젊은층

SNS 통해 사진 찍고 목표 공유

‘공부를 열심히 하자’ ‘용돈을 아껴 쓰자’ ‘집안 일을 잘 돕자’...

‘응답하라 1988’ 시절엔 새해 첫날 흰 종이에 매직펜으로 큼지막하게 올해의 목표를 적었다. 매번 ‘용두사미’로 끝나긴 했지만 그나마 ‘작심3일’이라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책상머리에 붙여 둔 스스로의 다짐 덕분 아니었을까. 매직 펜보다 휴대폰 자판이 더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은 책상머리의 구호 대신 SNS를 통해 새해 목표를 세우고 공유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즉흥적으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한다.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미지 중심 SNS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병신년 새해를 맞는 젊은 세대의 목표와 다짐들을 살짝 엿보았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30일까지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게시물 가운데‘새해다짐’또는 ‘새해목표’를 해시태그(#)한 경우는 총 600건이었다. 이 중 구체적인 목표를 밝힌 게시물 455건을 항목별로 분류해 보니 ‘다이어트’를 목표로 꼽은 경우가 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국을 휩쓴 이른바‘먹방 열풍’의 부작용 때문일까, 다이어트를 다짐한 이용자 중 상당수는 아이러니하게도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용자 gang_a_k의 "#돼지 더 이상 찔 것도 없다 #다이어트 는 #1월1일 부터 #새해다짐 입니다"라는 게시물에선 다이어트가 영원히 미루고 싶은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이어트” 답한 이용자 대부분

푸짐한 음식 이미지 올려 눈길

먹방과 함께 지난해 뜨거웠던 머슬녀, 근육녀 인기 덕분인지 ‘운동’을 새해목표로 삼은 경우가 55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다이어리(일기) 쓰기’가 세 번째로 많은 47건을 기록했다. 12월 들어 절정을 이룬 다이어리 증정 이벤트가 잊혀졌던 아날로그 감성을 깨운 것 아닐까. 송년회 등 술자리가 이어지다 보니 술이나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하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금주’ 및 ‘금연’이 22건으로 네 번째를 차지했다. 다섯번째 독서(20)를 비롯해 사랑(18), 공부(17), 돈(16)과 행복(16), 건강(15), 여행(12) 순으로 많았다. 특히, 분류 항목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가 133건에 달했는데, 젊은 세대의 관심 영역과 삶의 목표가 획일적이지 않고 개성에 따라 다양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밖에 구체적인 목표를 알 수 없는 경우는 131건, 광고는 14건이었다.

톡톡 튀는 새해 다짐들

“과자 먹을 때마다 전기 충격”… 식탐 끊기, 기상천외 방법도

SNS가 허상으로 넘쳐난다는 비판과 이용자들의 반성이 끊이지 않지만 새로운 목표를 꿈꾸는 SNS 상의 다짐들은 즉흥적이면서도 진솔하다. 금연이나 행복, 건강 등 뻔한 다짐은 하기 싫다. 새해 목표에도 나만의 개성, 순수한 인생관을 꾸밈없이 담았다. 한 장의 사진과 해시태그(#) 사이에 감춰진 그들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항상 먼저 판단하고 결론을 지어버리는 못된 성격..

“남을 쉽게 판단하고 그 판단으로 사람을 결정지어버리는 성격이다. 내가 마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꼬집어주었다. 색안경 쓰고 세상을 보지 말라고. 이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됐고 지금은 노력 중이다. 새해에는 진짜로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에 그 말을 꼭꼭 씹으며 실천 중에 있다.” kyung_yun_o

새해목표,,,^^~ 딱~ 오날이ㅜㅜ마지막~~! 또쓰믄~~싸대기,,^^ 조신해질거여~~

“얌전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푼수 같고 말투도 아저씨 같아서 남자친구가 없다. 새해목표가 조신해져서 남자친구 만드는 건데, 그러려면 휴먼아재체부터 그만둬야 할 것 같다. 조신해지기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표는 혼자 국밥집 가서 소주 먹는 거 안 하기다.” k_sory

2016년엔 사과 깎는 법을 익혀야겠다

“중국에서 해외인턴을 할 때 자취라는 걸 처음 해봤다. 그 때 사과도 제대로 못 깎는다는 걸 깨달았다. 밥도 청소도 빨래도 잘 못했다. 외동딸이어서 그런지 집에서 집안일을 잘 안 시켰다. 이제 곧 20대 후반에 접어드는데 하나씩 배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지만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ssssuah

안 좋은 습관을 끊으려면 전기 쇼크 주자 to kick a bad habit give yourself an electric shock

“3월까지 초콜릿 복근을 못 만들면 교회 찬양대와 함께 노래를 해야 하는 내기를 했는데, 내기에서 이기려면 생각 없이 과자 먹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과자를 먹을 때마다 전기 충격을 주면 복근 만들기라는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기에서 이기면 교회도 안 가고 내가 싫어하는 노래도 안 할 수 있다. 전기 충격이라는 고통을 이용해서 나쁜 습관을 끊으려고 한다.” joshsushi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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