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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도 희망처럼 허망한 것"... 펜과 총으로 싸운 헝가리 독립운동가

입력
2016.0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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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퇴피
페퇴피
루쉰
루쉰

1823년 1월 1일 헝가리 시인이자 혁명가 산도르 페퇴피(Sandor Petoefi, 1823~1849)가 태어났다. 그는 메테르니히의 빈 반동체제(1815~1848)에 저항하며 식민지 헝가리의 독립을 위해 시로, 총으로 저항했다.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으로 빈 체제가 붕괴한 직후인 3월 15일 페스트(Pest) 광장의 시민들에게 그의 시 ‘일어서라, 마자르인이여(Talpra Magyar)’는 해방과 혁명의 노래였다고 한다.

지금은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민족주의가 자유와 해방의 깃발로 펄럭이던 무렵에는 사회주의 이념이 퇴색하기 전의 체 게바라와 같은 울림이 거기 있었던 모양이다. 식민지 조선의 혁명가 약산 김원봉이 청혼을 하며 그의 시를 읊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근대 중국의 혁명가 루쉰(魯迅,1881~1936)도 1925년 1월1일 쓴‘희망’이라는 에세이에서 그의 시 한 구절을 인용했다.

“희망이란 무엇인가? 창녀/ 그는 누구에게나 웃음 짓고, 모든 것을 준다./ 그대가 가장 큰 보물-/ 그대의 청춘을 바쳤을 때, 그는 그대를 버린다”(루쉰 전집 3권, 그린비) 루쉰은 하지만 “페퇴피처럼 강단지고 용감한 사람도 어둔 밤을 마주하여 걸음 멈추고, 아득한 동쪽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썼다.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과 마찬가지이다.”

거듭 배신(당)하는 희망 앞에서 절망으로 속으로부터 무너지면서도, 절망 역시 희망처럼 허망한 것이라고 말한 페퇴피의 ‘강단’을, 루쉰은 떠올렸다. 아시아 최초의 공화제 국가라는 신해혁명의 열매는 익을 기미가 안 보이고, 침 흘리는 군벌들만 대륙 곳곳에서 할거하던 1925년의 새해 아침. 루쉰은 더 잃을 것 없는 절망 위에 선 저 역설의 동력으로, 페퇴피의 저 처절한 희망으로, 중국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나는 몸소 이 공허 속의 어둔 밤과 육박하는 수밖에 없다. 몸 밖에서 청춘을 찾지 못한다면 내 몸 안의 어둠이라도 몰아내야 한다. 그러나, 어둔 밤은 어디 있는가? 지금 별이 없고, 달빛이 없고, 막막한 웃음, 춤사위 치는 사랑도 없다. 청년들은 평안하고 내 앞에도, 참된 어둔 밤이 없다.”

헝가리 48년 혁명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좌절했고, 혁명군의 일원이던 26살 시인 페퇴피는 카자크 군대와의 전투 도중 실종됐다. 헝가리 시민들은 그의 죽음을 믿지 않았고, 그의 ‘희망’을 잊지 않았다. 한국의 시인 김승희는 ‘희망이 외롭다1’라는 시에서 “희망은 종신형”이라고 썼다. “도망치고 싶고 그만두고 싶어도/ 이유 없이 나누어주는 저 찬란한 햇빛, 아까워/ 물에 피가 번지듯…/ 희망과 나,/ 희망은 종신형이다/ 희망이 외롭다”(‘희망이 외롭다’문학동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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