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 담화문 내고 ‘246+54’등 획정 기준 공식 제시
시군구 분할금지 예외 기준도 제시
여야가 결국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을 연내에 결론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현행 선거구가 모두 무효가 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0시를 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현행 의석비율(지역구 246석ㆍ비례대표 54석)을 획정 기준으로 전달하는 등 직권상정 초읽기에 들어갔다. 총선 예비 후보들은 현역 의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여야의 밥 그릇 싸움에 희생됐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총선 판도에 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246+54 기준 자치단체 분할금지 예외 기준도 제시
여야 이견으로 선거구 획정이 2015년을 넘기는 것이 확실시되자 정 의장은 1일 0시 담화문을 내고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1일 0시부터 효력을 상실해 20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어 국회의장으로서 더 이상 명약관화한 비상사태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획정 기준을 제시했다.
정 의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선거구 획정위가 오는 1월 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의장에게 제출해 줄 것을 의장 직권으로 요청한다”며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관계로 기존의 획정기준(지역구 246석ㆍ비례대표 54석)과 더불어 인구기준일은 2015년 10월 31일로 제시했다.
그는 또 자치구ㆍ시ㆍ군 분할금지 원칙 예외 적용 지역구로 ▦5개 이상 자치구ㆍ시ㆍ군에 걸치지 아니하면 하나의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는 경우(강원 철원ㆍ화천ㆍ인제ㆍ양구와 춘천 등) ▦인구 하한에 미달해 인접 지역구와 합쳐야 하지만 어느 지역구와 합하더라고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서울 중구 등)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 수도권 분구 대상 선거구 중 자치구ㆍ시ㆍ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분구 대상에서 제외(이 경우 3개 지역 초과 불과)하는 경우를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게리맨더링 논란을 최소화 하면서 헌재 결정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이 0시를 기해 선관위에 기준을 제시하면서 선거구 획정의 공은 다시 선관위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12월 임시국회가 8일에 종료하는 만큼 획정위가 5일쯤 획정안을 의결해 국회로 다시 넘기고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력한 시나리오다. 의장실 관계자는 “획정위원을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한 만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를 거부했을 경우 정치적 부담 때문에 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246+54’안으로 직권상정이 되더라도 지역구 축소가 불가피한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1년 2개월 허송세월한 정치권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2015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로 조정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기존 선거구는 무효화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여야는 선거구획정위, 국회 정개특위를 통해 협의를 이어갔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농어촌 의석은 단 한 석도 줄일 수 없고 비례대표제도 현행대로 하자’는 여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이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 후 1년 2개월이란 시간을 허송세월 한 셈이다.
정 의장의 중재로 12월 이후 8차례 선거구 협상 회동을 했던 여야 지도부는 31일 오후 9번째로 다시 만났다. 이어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ㆍ의원총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회의를 여는 등 선거구 획정 방안을 추가 논의했으나 이견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새해 벽두부터 현행 선거구가 모두 무효가 되면서 지난 15일부터 등록을 시작한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자격이 상실되고 신규 후보 등록도 불가능해지는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 선관위는 일단 예비후보의 선거활동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정치 신인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한 예비후보는 “현역 의원들은 현행 선거구가 무효가 되더라도 지역 대표라는 자신들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되고 미래 경쟁자인 예비후보들의 손발은 묶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혼란에 불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며 “기한을 넘겨도 현역 의원들에게는 피해가 없으니 이런 대혼란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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