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는 단편소설에 비해 절반 정도의 분량이지만 그렇다고 작가가 담아내는 삶의 진실과 세목까지 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새롭게 발견한 삶의 한 조각을 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밀도 높게 형상화한 글이 단편동화이다. 이런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른의 관념이나 교훈을 나열하거나, 사물이나 동물의 특성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의인화를 한 글이 여럿 보여 안타까웠다.
‘공룡아 잘 가’는 아이들 나름의 방식으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작가만의 성찰이 부족하여 상투적 결말에 이른 점이 아쉬웠다.
‘니 다래끼 내 다래끼’는 화자 내면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플롯이 안정적이다. 특히 할머니의 사투리가 말맛을 더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물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예측 가능한 선에서 서사가 진전되다 별다른 반전 없이 익숙한 결말에 다다른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말주머니’는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인물의 갈등이 정점에 이르도록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훌륭하다. ‘말주머니’라는 마법의 장치 또한 유쾌하다. 다만 뒷심이 딸려 결말에 이르러 손을 놓아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수상작으로 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401호 욕할매’는 현실 아이들이 겪는 문제인 층간소음 문제를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사연과 연결 짓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문학은 타자의 수용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과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의미는 각별하다. 주제의식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 또한 훌륭하다. 할머니 사연이 덜 드러나 있다는 점이 흠결로 지적되었으나 그 흠결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아동문학의 본질은 작고 낮고 외롭고 쓸쓸한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시선이다. 동화의 힘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이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유영진(평론가) 유은실(동화작가)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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