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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동시 심사평] 아이마음을 갈망하며 삶과 언어를 탐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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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동시 심사평] 아이마음을 갈망하며 삶과 언어를 탐구하기

입력
2015.12.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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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편의 투고작 가운데 가장 동시다운 동시를 고르는 일이니, ‘동시’란 무엇인지 그래서 어때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는 ‘동’시이기 전에 시이며, 아이는 아이이기 전에 인간이다. 그러므로 동시는 다만 시다워야 하며, 시다움의 바탕에는 인간과 세계의 탐구라는 문학적 과제가 놓인다. ‘아이’라는 꾸밈말은 아이와 함께 읽는다는 뜻이다.

시는 응당 새로워야 하고 간결해야 하며, 삶과 세계의 본질에 육박하는 직관적 각성과 감성을 담아야 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읽는 시이니 아이가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써야겠지만, (아이에게) 준다거나 (아이인) 척한다거나 (아이를) 가르치거나 엿보는 따위로 아이를 ‘대상화’해선 아니 될 것이다. 동시는 존재하지도 않는 천사의 꽃밭을 그리거나 꽃밭에 사는 천사들에게 곱게 빚어 선물하는 멸균된 시가 아니라, 인간 품성의 궁극으로서 아이마음을 갈망하면서 그 마음으로 삶과 세계와 언어를 치열하게 탐구하고 표현하는 시다.

그런 기준으로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좋은 동시를 쓰겠다는 마음은 진실하고 한결같았겠지만, 동시에 대한 안일한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은 많지 않았다. 쉽지만 치열하고 풍성하나 간결하며 별나지 않아도 신선한 작품은 더욱 귀했다. 말을 금처럼 아끼는 미덕 또한 내내 아쉬웠다. 그런 가운데도 표현의 상투성을 깨뜨리는 실험적 시도(유승희 ‘쥐꼬리’)나 일하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김류 ‘생선 파는 할머니’), 스마트 시대의 역설을 포착한 눈매(이미화 ‘스마트 섬’), 아이 눈으로 바라본 노부부의 넉넉한 해학(정성수 ‘즐거운 식탁’)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작지 않았다.

이견 없이 최종 두 명의 투고자가 가려졌다. 고심 끝에 안안미의 ‘콧구멍에 낀 대추씨’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평범한 일상에서 연륜으로부터 나오는 지혜를 건져내는 과정을 이야기하듯 전개한 솜씨가 자연스럽고, ‘손바닥만 한 장판조각’에서 ‘콧구멍에 낀 대추씨’를, 다시 삶의 한 국면을 환기하는 은유의 연쇄가 흥미로웠다. 함께 투고한 두 작품도 신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 좋았다. 경합한 신미균의 세 작품은 모두 기성의 역량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간결하면서도 이미지가 풍부한 ‘뭉게구름’을 마지막까지 내려놓지 못했다. 제 몸을 줄였다 늘였다, 폈다 접었다, 잘랐다 붙였다 하며 혼자 노는 구름의 이미지가 오래도록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러나 다른 두 작품의 새로움이 조금 아쉬웠다. 선에 들지 못한 까닭은 단지 그뿐이다.

김장성(그림책 작가) 이상교(동시인)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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