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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실패.. 헌정 초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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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실패.. 헌정 초유 사태

입력
2015.12.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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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 직권상정 초읽기

공은 획정위로 넘어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여야중진의원 회동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여야중진의원 회동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여야가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을 연내에 결론짓지 못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현행 선거구가 모두 무효가 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0시를 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현행 의석비율(지역구 246석ㆍ비례대표 54석)을 획정 기준으로 전달하는 등 직권상정 초읽기에 들어갔다. 총선 예비 후보들은 현역 의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여야의 밥 그릇 싸움에 희생됐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총선 판도에 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1년 2개월 허송세월한 정치권

정 의장은 3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부터는 입법 비상사태가 되기 때문에 0시를 기해 선관위에 내가 준비한 기준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여야 모두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구 246석ㆍ비례대표 54석’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2015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로 조정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기존 선거구는 무효화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지난해 10월)을 국회가 끝내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현행 선거구가 모두 무효가 되면서 지난 15일부터 등록을 시작한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자격이 상실되고 신규 후보 등록도 불가능해지는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 선관위는 일단 예비후보의 선거활동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정치 신인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사태는 현역 의원들 기득권 지키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 동안‘농어촌 의석은 단 한 석도 줄일 수 없고 비례대표제도 수정할 수 없다’는 여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이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 후 1년 2개월이란 시간을 허송세월 한 셈이다. 현역 의원들은 현행 선거구가 무효가 되더라도 지역 대표라는 자신들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되고 미래 경쟁자인 예비후보들의 손발은 묶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혼란에 불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와 관련 서울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한 예비후보는 “기한을 넘겨도 현역 의원들에게는 피해가 없으니 이런 대혼란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선거구 획정 공은 다시 획정위로

정 의장이 0시를 기해 선관위에 기준을 제시하면서 선거구 획정의 공은 다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정 의장의 중재로 12월 들어서만 8차례 선거구 협상 회동을 했던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후 9번째로 다시 만났다. 이어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ㆍ의원총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회의를 여는 등 선거구 획정 방안을 추가 논의했으나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12월 임시국회가 8일에 종료하는 만큼 획정위가 4일쯤 획정안을 의결해 국회로 다시 넘기고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력한 시나리오다. 의장실 관계자는 “획정위원을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한 만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를 거부했을 경우 정치적 부담 때문에 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246’안으로 직권상정이 되더라도 지역구 축소가 불가피한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본회의에서 부결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의장 측은 여야가 그간 논의해온 ‘지역구 253석ㆍ비례대표 47석’을 또 다시 획정위에 넘기는 대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1일 선거구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여야 중진 의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양당 협상대표가 합의한 결과에 대해 각 당이 의원총회 등을 통해 번복하지 않는 등 협상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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