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중요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보고서인 ‘조선왕조의궤(儀軌)’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된다. 31일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의 의결을 받아 규장각ㆍ장서각ㆍ국립중앙박물관ㆍ국립고궁박물관 등이 소장한 ‘조선왕조의궤’ 1,760건 2,756책을 보물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조선은 왕실의 혼인, 왕과 세자 책봉, 장례와 제사, 국왕 행차, 궁궐 건축, 사신 영접 등 다양한 행사를 기록했다. 행사를 마칠 때마다 의궤청을 설치해 업무 분담과 담당자 명단, 동원 인원과 소요물품, 지출 경비 등을 소상히 적었다. 중요한 왕실 행렬은 반차도(班次圖)라는 긴 그림으로 표현했다. 의궤는 한국사 연구의 중요 자료로, 덕분에 조선 왕실의식이 상당부분 복원 가능하다. 1970년대 수원 화성 복원도 ‘화성성역의궤’에 근거했다. 조선 전기의 의궤는 임진왜란 때 소실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궤는 선조 34년(1601)에 작성된 것이다. 1795년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1796)’가 정조의 왕권 강화 의지를 담아 101건이나 배포된 의궤로 가장 유명하다.
문화재청은 2011년부터 올 1월까지 다양한 기관이 소장한 의궤를 조사ㆍ검토해 보물 지정 대상을 결정했다. 지정 대상이 된 의궤는 왕만 열람할 수 있는 어람용 의궤와 의정부ㆍ예조ㆍ춘추관ㆍ4대 사고 등에 배포한 기록이 남아있는 분상용 의궤다. 분상처가 확인되지 않은 의궤도 필사본이면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단 형식상 프랑스 소유물인 외규장각 의궤 296책과 문화재 가치가 떨어지는 1910년 이후 이왕직(李王職ㆍ조선 왕실의 의전 담당 기구)이 제작한 의궤는 제외됐다. 규장각과 장서각 소장본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같은 날 고려 불화가 노영(魯英)이 제작한 아미타여래구존도, 2012년 전북 익산시 심곡사 7층 석탑 보수과정에서 발견된 금동불감과 금동아미타여래좌상, 전남 구례시 천은사의 삼장보살도와 관세음ㆍ대세지보살좌상, 서울 흥천사 금동천수관음보살좌상, 고려 말 문신 이제현의 시문집‘익재난고’와 ‘역옹패설’, 퇴계 이황의 학문적 성과를 집성한 ‘퇴계선생문집’초간본과 이를 인출한 목판 등도 보물 지정 예고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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