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글로도, 말로도 표현 못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억지로 표현해내려고 하면 할수록 본디 그 색은 바래버리고 맙니다. 지금 제 상황이 그렇습니다. 당선 소감을 적어내려고 하니 자꾸만 제 자신이 옅어지는 느낌입니다.
막연하게 바라기만 했던 신춘문예 당선의 자리. 그 자리에 섰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가만히 있어도 자꾸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이처럼. 하지만 그 감정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어리빙빙해지는 제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져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신춘문예 당선의 무거움, 이제 허투루 글을 쓸 수 없겠다는 스스로의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꽃피어납니다.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제 목소리에 미어캣처럼 고개를 드는 아이들. 선생님이 출장을 가게 되었다는 말에 “그럼 우리는 어떡해요”하며 걱정하는 아이들. 내년에도 담임선생님이 되어주라며 종알대는 아이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최선을 다해 문제를 푸는 아이들. 아침 독서시간에 눈이라도 마주치면 생긋 웃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 제 가슴은 종종 벅차오릅니다. 마음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어느 가을날의 바스락거림으로 가득 차는 그 느낌. 그런 하루하루를 동시로 옮겨 썼습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사랑하는 가족,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작은 제 동시를 다독거려주신 한국일보와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안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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