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에서 넘어온 11편의 작품을 놓고 심사를 진행했으나 좀처럼 당선권에 들만한 작품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안정된 문장과 짜임새 있는 서사전개라는 점에서 대체로 소설의 기본기를 무난히 갖추고는 있었지만 그 이상의 소설적 개성이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문장이 발랄한가 하면 소재가 익숙하고 소재가 특이한가 하면 구성이 단조로웠다. 여전히 삶에 대한 상투화된 도덕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고심 끝에 심사자들은 최종심대상작으로 ‘들개들의 블랙리스트’ ‘후회하지 않아’ ‘제레나폴리스’의 세 작품을 골랐다. ‘들개들의 블랙리스트’는 록음악에 대한 전문지식과 젊은 세대 특유의 재기발랄한 문장이 흥미를 끈 작품이다. 그러나 도형이라는 인물의 다소 황당한 사연이 소개되면서 작품의 결말이 흔한 미담류의 서사로 귀결되어버리고만 점이 아쉬웠다. ‘후회하지 않아’는 세련된 문장들과 작중 인물들의 내면에 대한 감각적 묘사, 상황설정의 특이성들이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결말부분이 문제였다. 작중인물의 수상한 행적을 둘러싸고 고조되던 의문과 서사적 긴장이 엉뚱하고 미숙한 결말처리로 인해 맥 빠지는 해프닝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제레나폴리스’는 좀처럼 감정의 진폭을 드러내지 않는 건조하고 냉정한 문장과 고양이의 죽음을 둘러싼 모호한 긴장감을 결말에 이르기까지 흐트러짐 없이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주인공이 자신의 생일이자 어머니의 기일에 친구들과 남의 아파트에서 생일잔치를 벌인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고양이의 죽음과 같은 특정한 사건을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은유적 장치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신춘문예 당선작들에서 익히 접해온 방식이라는 점, 작품이 전체적으로 단조롭고 밋밋하지 않은가 등의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건조한 문장들 속에 담긴 내면의 밀도와 서사적 세목들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에서 우리는 글쓴이의 기량이 당선작으로서 신뢰할만한 수준이라는 데에 합의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한다.
박혜경(문학평론가) 이혜경(소설가)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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