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쪽 옆자리에 문신투성이 남자가 앉았다. 처음엔 무서웠다. 어쩌다가 그와 말을 하게 되었다. 그는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12살 때 아버지가 죽었어요. 그 슬픔을 기억하기 위해 그때 처음 문신을 했어요.” 그리고 아내를 만난 기쁨을 기억하기 위해 ‘2000.3.8.수잔’을, 첫 딸이 태어났을 때… 어느덧 그의 몸은 기억의 저장소가 되었다. 그의 오른팔에 핀 꽃에서 장미향이 나는 듯, 차츰 그의 맑고 순해 보이는 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문신을 갖고 싶었다. 자꾸만 사라져가는 어느 것을 붙잡고자 함이었다. 등단 소식은 보일 듯이 또 보이지 않게, 마치 한밤중에 새싹이 돋아나듯, 내 몸에 무늬 한 점을 돋을새김 한 것 같다.
옆자리에 앉았거나, 앉아있는, 또한 서서 가는 사람들에게 말 걸듯이 글을 쓸 것이다. 2016년 첫날 신문에 제대로 문신을 새겨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소설을 쓰도록, 저를 구해주신 선생님, 저를 믿어주신 은비령 선생님, 칸트 미학의 무목적성의 예술 행위, 글쓰기의 의미를 강조한 강영숙 작가님께 감사 드린다.
시아버님을 비롯한 가족들, 김현경, 최지영, 삼화 친구들, 이정화, 정경희, 정민혁, 이복임, 언제든 내 글의 첫 독자였던 김선경 님…. 두루 감사 드린다.
조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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