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양 끝단에 노부부가 서서 들리지 않는 말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발을 구르다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집니다. 맞은편 사람은 내내 어리둥절한 표정입니다. 세상의 모든 대화를 무언극으로 치환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말이 사라진 곳에서 죄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질까요, 그마저도 불가능한 바람일까요.
내가 뱉은 말들은 종종 빗장이 되어 나를 가두었습니다. 비좁은 사각의 모서리에 혀를 내밀면 말들은 얼음 입자로 떨어졌습니다. 그 안에 수많은 내가 들어 있었습니다. 불편했고 불화했습니다. 진심은 침묵의 형식 안에 담겨야 온전하다고 믿었습니다. 몸 안에 쌓인 말들의 더미를 뚫고 내려간 벌레구멍에서 몹시도 떨면서 시로 호흡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한껏 무용해진 몸에 가장 예민한 더듬이를 장착하고 싶었습니다. 시의 입김으로 견고한 세계의 벽을 천공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가까스로 반대편 입구에 닿은 기분입니다. 머리 위로 동그랗게 보이는 세계는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나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발자국을 따라 시의 자리가 투명한 징검돌로 놓이면 좋겠습니다.
지면 너머로 이상한 용기를 쥐어준 시인들께 감사 드립니다. 문득문득 곁을 만들어준 벗들에게,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울음들이 부딪혀 만드는 균열 소리에 귀를 세우고 노래하겠습니다.
노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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