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즈음, 집 밖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곤 했다. 쏴아아아. 언뜻 비바람 몰아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밖을 내다보면 그러나 고요하고 바람 한 점 없는 어둠. 어떤 마음의 동요가 몸 밖으로 튀어나와 헛것이 들린 모양이라 여겼다. 괜히 스산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다시 책상에 앉아 뭔가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쏴아아아. 바닷가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와도 좀 비슷했다. 그렇게 한동안 지속됐다. 듣고 있자니 처음의 스산함과 달리 뒷골을 서늘하게 식혀주기라도 하는 듯 은은한 맛도 있었다. 환청이든 착각이든 나름 즐길 여운도 있다 싶었다. 이후에도 여러 날 불규칙하게 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잠겨 이런저런 상상을 즐기는데 관성이 붙고, 그 실체가 무엇이든 감각에 와 닿는 느낌만으로도 세상의 결을 조금은 다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하여, 굳이 소리의 정체를 알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밤, 편의점엘 가려고 나왔다가 얼결에 소리의 근원을 알아버렸다. 내다 놓은 재활용품을 담아가는 리어카였다. 동체 아랫부분 무게에 쏠려 땅에 끌리는 쪽에 덧대놓은 폐타이어 끌리는 소리. 그게 들리는 날은 당연히 쓰레기 수거하는 날. 문득, 원효의 해골바가지 일화가 떠올랐다면 허세일까. 이런 식으로 마음에 우거진 상념들에 매달려 사실 자체의 명징함을 굳이 부인하려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아연했다.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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