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2월 31일
새해의 첫 순간은 날짜 변경선의 가장 동쪽 오세아니아의 키리바시에서부터 물결처럼 번져 아시아로,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어진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저마다의 형식으로 제야를 넘어서는 그 순간을 기린다. 시간의 그물은 물샐틈없이 촘촘해서 시리아도, 팔레스타인도, 수단과 소말리아도, 한반도도 예외일 수 없다.
새해를 맞이하는 메인 이벤트로 한국에서는 1월 1일 자정에 보신각 타종이 시작되고, 가장 유명한 새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12월 31일 밤 11시 59분 ‘볼 드롭(ball drop)’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보신각 타종은 해방 이듬해인 46년 1월 1일 독립의 온전한 첫 해를 맞이하며 시작됐다. 33회 타종은 불교의 33천(天)에 새 날을 맞이함을 고하는 의미와 3ㆍ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뜻을 기리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고 한다. 거기에는 경건한 축원과 삼감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타임스퀘어 볼 드롭은 말 그대로 시각화한 카운트다운이다. 밝고 커다란 수정구가 43m 높이의 기둥을 타고 정확히 60초 만에 ‘원 타임스 빌딩’ 옥상에 내려앉는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 전에도, 도중에도, 물론 다 내려온 뒤에도 폭죽과 환성으로 시종 축제 무드다. 수천 개의 크리스탈과 LED 조명으로 장식된 수정구의 배후에는 제야의 어둠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의 LED 광고판들이 자리잡고 있다.
볼 드랍이 시작된 것은 1907년부터다. 1904년 뉴욕타임스가 본사를 이전하면서 롱에이커(longacre) 스퀘어가 타임스스퀘어로 불리게 되는데, 사주인 아돌프 옥스(Adolph Ochs)가 불꽃놀이로 대신 저 컨셉트의 새해맞이 이벤트를 한 디자이너에게 주문, 07년 12월 31일 밤부터 시작됐다. 철제와 나무로 만든 볼에 100개의 전구로 조명했던 원년의 볼은 그 사이 4차례 교체됐고, 2009년 이후 직경 3.7m의 5톤여 짜리 수정구가 사용된다.
1년 전 인류는 저 순간을 지나쳐왔다. 세계 평화 수준을 수치화해 매년 발표하는 세계평화포럼(이사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12월 13일 ‘세계평화지수(WPI) 2015’ 보고서에서 2014년 WPI지수가 67.4로, 2000년 이래 가장 낮았고, 전년비 하락폭에서도 최악의 해였다고 밝혔다.
다시 이 순간, 때와 장소가 다르고 맞이의 형식은 다 다르겠지만, 인류가 함께 기원해야 할 단 하나가 있다면 평화여야 한다. 자유도 번영도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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