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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치명타… 마트도 백화점도 힘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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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치명타… 마트도 백화점도 힘겨웠다

입력
2015.12.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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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통업계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메르스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부터 그늘이 드리웠던 유통업계에 장기 불황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한국일보가 2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및 내년 산업계 키워드’ 설문 조사에서 유통업체들은 올해 업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메르스 타격’(41.5%)과 ‘내수침체’(33%)를 꼽았다. ‘메르스가 정점이었던 올해 2ㆍ3분기 실적이 급락’(51.6%)했고 ‘재래시장 및 대형마트 역성장에 백화점 매출 정체 등 직격탄’(23.7%)까지 맞았다는 이유다.

서울에서 15년 만에 허용된 신규 대형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벌어진 ‘면세점 입찰’(20.2%)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K-세일데이 등 내수를 살리기 위한 ‘대형할인’(5.3%)도 이슈였다. 하지만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은 오히려 사업 허가에서 탈락한 기존 면세점들의 대규모 투자를 무위로 돌리고 대량 실업 위기 등 고용 불안을 야기하며 부작용(19.4%)이 더 컸다.

유통업계의 메르스 공포는 수치로 명확하게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메르스가 정점이던 6월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9% 급감했다. 같은 달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매출 역시 지난해 동월대비 10.2% 줄었다.

하반기 들어 정부가 내수경기 부양 정책을 띄우고 유통업계가 적극 화답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하긴 했지만 불황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10월 1~11일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4.7%, 4.3% 매출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4분기는 지난해 수준까지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눈에 띄는 변화는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급격한 신장이다. 소셜커머스와 인터넷 쇼핑몰 등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기기의 확산을 등에 업고 대폭 신장했다. 2008년 600억원이었던 모바일 쇼핑 시장규모는 지난해 13조원으로 성장했고 올해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0년 만에 판매액이 1.9% 감소하며 쪼그라든 백화점은 올해도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백화점은 지난해 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매출이 떨어졌고 대형마트도 2012년 2분기 이후 매출이 계속 하락세다.

이 와중에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나홀로 성장했다. 편의점은 메르스와 내수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9~30.6% 성장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던 시내 면세점 대란은 하반기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성장을 위해 새 먹거리가 절실했던 유통기업들은 앞다퉈 면세점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지난 7월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가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했고 11월에 두산과 신세계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새로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면세점 독과점, 관세법 개정에 따라 기존 10년 단위로 갱신되던 사업 면허가 5년마다 공개입찰로 바뀐 데 따른 논란이 불거졌다. 롯데의 잠실 월드타워면세점과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워커힐면세점 등 이미 자리잡은 면세점이 문을 닫게 되면서 국내 면세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우려와 이들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의 고용 불안 문제가 숙제로 남게 됐다. 사업자간 과다경쟁으로 면세시장 전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내년 유통업계 전망 역시 녹록치 않다. 유통업체들은 내년을 대표할 키워드로 ‘저성장’(73.7%)을 꼽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산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소비 여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내수경제도 성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유통 시장 역시 전반적으로 저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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