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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명훈 서울시향 마지막 무대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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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명훈 서울시향 마지막 무대 ‘합창’

입력
2015.12.3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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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하고 있다. 당초 예술감독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예정된 공연을 소화할 예정이던 정 감독이 전날 마음을 바꾸면서 이날 공연이 서울시향과의 마지막 공연이 됐다. 서울시향 제공
30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하고 있다. 당초 예술감독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예정된 공연을 소화할 예정이던 정 감독이 전날 마음을 바꾸면서 이날 공연이 서울시향과의 마지막 공연이 됐다. 서울시향 제공

“달려라, 형제여, 그대의 길을/ 즐겁게, 영웅이 승리를 향해 달리듯// 안겨라, 수많은 인간이여!/ 온 세상의 키스를!”

30일 저녁 9시 1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 2,300명이 일제히 기립했다. 지휘대를 내려와 대기실로 향하던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오케스트라 맨 뒤에 있던 4명의 성악가들이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자 황급히 다시 무대 중앙으로 나와 이들을 맞으며 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4악장 클라이맥스 부분을 짧게 다시 연주한 앙코르가 끝날 때까지 극장을 떠나는 관객은 없었고, 예술의전당 역시 관객들의 커튼콜 촬영을 제약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올해를 끝으로 예술감독에서 물러나는 정 감독과 서울시향의 고별공연이 열렸다. 당초 예술감독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예정된 공연을 소화할 예정이던 정 감독이 전날 마음을 바꾸면서 이날 공연이 서울시향과의 마지막 공연이 됐다.

30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를 끝내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초 예술감독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예정된 공연을 소화할 예정이던 정 감독이 전날 마음을 바꾸면서 이날 공연이 서울시향과의 마지막 공연이 됐다. 서울시향 제공.
30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를 끝내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초 예술감독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예정된 공연을 소화할 예정이던 정 감독이 전날 마음을 바꾸면서 이날 공연이 서울시향과의 마지막 공연이 됐다.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의 송년 레퍼토리로 자리잡으며 일찌감치 올해 1월 매진된 이날 공연은, 정 감독의 마지막 무대가 되면서 공연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관객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공연 30분 전 단원들은 연주복 차림으로 콘서트홀 로비에 나와 관객들에게 ‘호소문’을 돌리기도 했다. 정 감독의 사임으로까지 이어진 박현정 전 대표의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ㆍ막말 논란의“본질은 인권유린”이며 “내부고발을 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어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보도로부터 진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여느 때 같으면 송년의 들뜬 분위기 속에 연주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었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정 감독은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단원들은 자유와 인권을 상징하는 비둘기와 손 모양의 흰색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고 나와 침통한 기운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주제, 발전, 재현이라는 베토벤 특유의 도식을 드라마틱한 소나타 형식으로 펼치는 1악장에서 단원들은 곡 중반 투쟁적인 발전부의 장면을 터질 듯 격정적인 연주로 선보였다. 2, 3악장에서 다소 안정을 찾은 연주는 피날레인 4악장에서 다시 ‘격정’으로 치달았다. 3악장 후 곧바로 4악장을 연주해 4명의 성악가들은 연주 시작 5분 후 입장해 오케스트라 맨 뒤에 섰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정 감독은 담담하게 지휘 했는데 단원들이 한 소절 한 소절 울분과 열기를 담아내는 게 느껴졌다. 전체적인 흐름은 차분하지만 느낌은 강렬했던 연주”라고 평했다. 그는“1악장 마지막 코다 흐름이 22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합동 연주 때와 달리 장송행진곡풍 느낌이 났고, 아름다운 이상향을 제시하는 3악장 두 번째 주제부에서 울컥하는 부분이 있었다. 처음부터 울면서 연주한 단원들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 정 예술감독이 무대에 등장하자 박수로 예우를 표했고, 연주가 끝나자 1층에서 3층까지 가득 메운 2,300여명이 환호와 함께 모두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거장을 배웅했다.

30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연주 직후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일부 단원들이 눈물을 쏟아냈지만, 정작 정 감독은 단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30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연주 직후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일부 단원들이 눈물을 쏟아냈지만, 정작 정 감독은 단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30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연주 직후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일부 단원들이 눈물을 쏟아냈지만, 정작 정 감독은 단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30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연주 직후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일부 단원들이 눈물을 쏟아냈지만, 정작 정 감독은 단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앙코르가 끝난 뒤 정 예술감독은 무대 위에서 85명의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했고, 관객 30여명이 무대에 건넨 꽃다발을 단원들에게 안긴 채 가슴에 손을 얹고 관객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많은 단원이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고개를 떨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관객들도 곳곳에서 눈물을 보였다.

정 감독은 연주를 마친 뒤 서울시향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서울시향, 오늘 너무 잘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잘하길 바라요”라며 공연장을 빠져 나갔다.

2005년 서울시향에 예술고문으로 영입된 정 감독은 2006년부터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아 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발돋움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국내 마니아층도 양산했다. 정 감독을 영입하기 직전 38.9%이던 유료 객석 점유율은 10년 만인 올해 92.8%를 기록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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