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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French fries vs. Fish and chips (감자 튀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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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French fries vs. Fish and chips (감자 튀김 비교)

입력
2015.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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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국인들은 이름 때문에 french fries가 프랑스에서 왔다고 오해한다. 프랑스가 재봉틀과 비키니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을 미국에 전했지만 french fries는 French와 상관이 없다. 프랑스의 이웃 나라 벨기에에서 1600년대 말경 강가에서 잡은 조그만 생선을 튀겨 먹었는데, 겨울철에는 강물이 얼어 생선 튀김을 먹기 어렵게 되자 감자를 얇게 썰어 튀겨 먹었던 것이 오늘날 ‘감자 튀김’의 시초였다고 한다. 세계 1차 대전 때 미군 병사들이 벨기에에 주둔했을 때 당시에 벨기에 육군의 공식 언어가 프랑스어였고, 미군 병사들은 ‘이 맛있는 감자 튀김’을 프랑스에서 먹던 것으로 알고 french fries라 부르게 된 것이다.

오늘날 벨기에에서는 감자 튀김을 홍합(mussel)이나 계란 프라이와 함께 먹고 있어 미국식 감자 튀김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fastfood restaurant에서 비만을 일으킨 주범이 햄버거도 주스도 콜라도 아닌 french fries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이 간단한 감자 튀김 요리를 싫어하는 미국인은 보기 드물다.

미국인들에게 french fries가 있다면 영국인에게는 fish and chips가 있다. 영국의 생선 튀김은 맥주나 소다수를 섞어 튀기기 때문에 유사한 스페인 요리 pescado frito와 구분된다. London에서 맨 처음 fish and chips 식당이 문을 연 것이 1860년이었는데 이것이 영국 감자 튀김의 시초라고 한다. 지금이야 영국의 대표 음식이지만 초기에는 석탄 불에 요리를 하고 값싼 신문지에 싸서 팔았던 싸구려 음식이었다. 지금도 그런 신문지를 비하하여 fish-wrapper라고 부른다.

Fish and chips는 영국 요리의 대명사다. 2차 대전 때 영국 병사들에게 fish and chips만큼은 마음껏 먹도록 배급제한에서 제외했을 정도다. 영국인들이 자주 쓰는 말 ‘I have other fish to fry’는 튀길 생선이 더 있다는 뜻이 아니라 뭔가 할 일이 더 있어서 바쁘다는 뜻인데 역시 섬나라 영국의 생선 사랑과 무관치 않다. 미국인들에게도 fish는 흔해빠진 beef보다 귀한 음식이다. 그래서 파티 초청장에 메뉴가 fish and soup라고 쓰였다면 귀한 음식과 다양한 코스 요리를 예상할 수 있다.

‘Fish is worthless unless fresh(자고로 생선은 신선해야 한다)’라는 라틴 속담을 보면 ‘fish=fresh’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생선이 썩을 때는 머리부터 썩기 시작하는 것을 빗대어 국가나 사회의 부패를 ‘Fish begins to stink at the head(=The corruption of a state is first discernible in the higher classes)’라 말하기도 한다.

미국의 감자 튀김이 순전히 ‘감자’뿐인 데 반해 영국의 fish and chips에는 fish가 들어감으로써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준다. 그러나 이들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하여도 한국의 ‘튀긴 인삼(fried ginseng)’과는 비할 바가 못될 것이다. 맥주로 밀가루를 반죽하여 인삼에 입힌 뒤 튀겨내서 미국인들에게 주었을 때 신세계라는 감탄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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