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이를 껴안고
서른 살의 나이를 껴안고
마흔 쉰의 나이를 껴안고
또 껴안을 나이가 있기는 있을까 했는데
오늘 귀빠진 날
또 이 나이를 대책 없이 껴안고
대책 없는 날들을 설렘으로 바라본다
대책 없이 꽃을 낭비하고
대책 없이 시를 낭비하고
대책 없이 신을 낭비하듯
그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맨발의 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늦은 십이월의 저녁
혼자 자축의 촛불을 켜놓고
내가 껴안은 나이들의 기쁨과 슬픔의 농성이
웅성웅성
지나가는 것을 본 뒤
오늘 또 이 나이를 껴안는 나를 위해
대책 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 고진하 ‘함박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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