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맛의 집산지다. 1,000개가 넘는 신안의 섬들과 진도 해남 완도 등이 품은 바다가 지척이고, 영암 함평 무안 강진 등 비옥한 들판이 코앞이다. 이곳에서 모여든 싱싱한 산해진미가 목포의 밥상에 차려지는 것이다.
물산이 집산되는 목포의 시장을 둘러봤다면 그 시장을 통한 싱싱한 식재료로 차려낸 황홀한 맛의 성찬에 취해볼 차례다.
목포시는 목포의 5미로 세발낙지, 홍어삼합, 꽃게무침, 민어회, 갈치조림을 꼽고, 꽃게장 낙지연포탕, 갈치조림 등의 음식을 잘하는 이들을 꼽아 음식명인을 선정해왔다.
하당에 있는 모정명가의 김순옥(54)씨도 목포의 음식명인. 김씨는 가오리찜과 매생이요리 두 부문에서 명인 인정을 받았다. 모정명가는 예약 손님만 받는 곳으로 메뉴는 제철 음식으로 차려낸 계절밥상이다.
“건강의 제일은 잘 먹는 것”이라는 김씨는 “제철 음식은 보약과 같다”며 지금 제철인 매생이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내왔다. 석류와 궁합을 맞춘 매생이무침, 찰지게 지져낸 매생이전, 물은 하나도 안 넣고 된장을 넣고 되직하게 끓여낸 매생이덖음과 떡을 넣고 끓인 매생이떡국까지. 해조류 중 가장 가는 매생이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안도현 시인의 시구처럼 ‘맑은 국물도 아니고 건더기도 아닌 푸른 것’이 다양한 맛으로 입을 풍요롭게 한다. 계절밥상 4인 기준 10만~15만원. (061)274-3456
목포의 5미를 한 곳에서 다 느끼고 싶다면 상동에 있는 명인집을 찾으면 된다. 한상차림을시키면 목포의 맛들이 순차적으로 혀를 마비시킨다. 갈치찜과 간장게장 등을 기본으로 제철 생선회와 낙지요리, 홍어삼합 등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 한상차림 4인 기준 9만~18만원. (061)245-8808
남진야시장이 열리는 자유시장을 들렀다면 장터식당을 추천한다. 싱싱한 해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내놓는데 부드러운 식감의 아구수육이 훌륭하다. 함께 나온 조기구이도 서울서 먹는 맛과 달랐다. 조기는 9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 조기 최대 집산지인 목포항엔 지금 매일 조기가 쏟아져 들어온다. 냉동조기에만 익숙했던 입은 싱싱한 생조기의 부드러움을 감탄하며 연이어 몇 마리를 해치우고야 말았다. (061)244-9484
목포의 밤에 취한 다음날엔 장어탕으로 쓰린 속을 달래보자. 항동시장 입구의 우리장어탕의 장어탕은 된장을 기본양념으로 고추로 칼칼함을 더했다. 자연산 붕장어 살점이 두둑하게 들어있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061)244-8200
구청호시장과 자유시장의 중간쯤 대로변에 원조 못난이빵집이 있다. 정말이지 못생겨서 죄송한 못난이빵이지만 목포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빵이다. 엄밀히 말하면 빵이 아닌 도넛이다. 찹쌀을 더한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겨낸 뒤 설탕을 버무려 낸다. 팥소도 없는데 오로지 반죽의 힘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낸다. 윤풍애못난이빵 본점 (061)245-0448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목포의 대표 빵집이 코롬방제과다. 목포 구도심의 중심인 오거리 인근에 있다. 코롬방제과의 대표 메뉴는 새우바게트와 크림치즈바게트다. 다른 빵들과 달리 이 두 메뉴는 진열대 대신 계산대 뒤에 따로 쌓여있다. 개인적으론 독특한 향의 새우바게트도 나쁘지 않지만 부드러운 치즈의 달콤함과 풍미가 놀라운 크림치즈바게트가 더 좋았다.
목포=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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