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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꽉꽉... 벌써 '소비 절벽'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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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꽉꽉... 벌써 '소비 절벽' 왔나

입력
2015.12.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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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산도 2개월째 감소

개소세 인하 종료, 추경 약발 다해

내년 소비심리 더 얼어붙을 가능성

정부 마땅한 대책 없어 고민

“미래 소비 당겨쓴 결과” 지적도

소비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생산, 투자와 더불어 소비까지 동반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우려했던 ‘소비 절벽’이 벌써 나타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출 부진에 더해 내수마저 지탱되지 못한다면 내년 우리 경제는 더욱 심각한 부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도 높은 내수진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내수를 끌어올릴 마땅한 수단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인다.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10월 1.3% 감소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생산 감소는 수출 부진의 영향이 컸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하락폭이 2.1%에 달했다. 재고가 쌓이며 쉬는 공장도 늘어나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1.2%포인트 하락한 72.7%를 기록, 2009년4월(72.4%) 이후 6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설비투자 역시 전달보다 6.0% 감소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냉랭하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2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7로 전달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생산ㆍ투자 감소에 더해 무엇보다 예사롭지 않은 것은 올 하반기 우리 경제를 지탱시켜왔던 소비 감소다. 소비 동향을 볼 수 있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1% 줄었다. 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메르스가 한창이던 6월 이후 처음이다. 내구재(-1.1%) 준내구재(-3.5%) 비내구재(-0.5%) 등 모든 상품 유형에서 소비가 줄었고, 백화점(-3.3%) 대형마트(-3.4%) 전문소매점(-3.4%)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출이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생각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이달에는 지난달보다 3포인트 하락한 103을 기록했다.

소비 감소는 정부의 강제적인 소비진작책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10월 1~14일) 효과가 사라진데다 전달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가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월에는 백화점 세일과 선물 수요 증가 등으로 반짝 회복될 수도 있겠지만, 내년부터는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도 떨어지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을 거란 우려가 많다. 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내년 1분기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한 내수진작 대책을 강도 높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대통령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딱히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가 차원의 할인행사를 끝냈고, 세금 카드(승용차 개소세 인하)를 썼기 때문에 1분기 맞춤대책으로 내놓을 것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억지로 카드를 쓴다고 하더라도 내수가 구조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고,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썼으니 절벽이 오는 건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정책방향 수준에서 특별히 더 내놓을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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