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로비’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사장
자백 덕에 뇌물공여는 입건 유예
‘입법로비’ 과정에서 국회의원 3명에게 수천만원씩을 건넨 김민성(56ㆍ본명 김석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이사장이 횡령 혐의로 뒤늦게 불구속 기소됐다. 의원들에 대한 뇌물공여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김 이사장을 2008년 2월부터 학생들로부터 걷은 학부실습비가 입금된 SAC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총 48억6,000만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횡령 금액 대부분은 실습비, 전형료, 학생회비 등 SAC 학생들로부터 걷은 돈이며, 2011년 SAC가 개최한 고교 미용경진대회에 참가한 학생들로부터 받은 참가비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17억원 가량은 차명계좌에 보관하면서 마음대로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재윤(50) 신계륜(61) 신학용(63) 의원에게 각각 5,400만원, 5,500만원, 1,5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SAC의 감독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수사를 하는데 김 이사장이 세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자백하면서 의원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김 이사장 진술이 없이 밝힐 수 없던 뇌물공여 부분은 부패방지법 등에 따라 입건유예 처분했다”고 말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66조는 신고를 함으로써 자기 범죄가 발견된 신고자에 대해 형을 감경ㆍ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앞서 세 의원을 기소한 지 1년 3개월이 지나 뇌물공여 혐의를 빼고 김 이사장을 기소한 것에 대해 “재판이 끝날 때까지 김 이사장의 진술번복을 막기 위해 사실상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이사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재윤 의원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4년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으며 신계륜, 신학용 의원은 지난 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 및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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